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연장을 신청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한 조치로, 세이프가드를 통해 경쟁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미국 현지에서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어 이번 조치에 따른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월풀은 이달 초 미국 ITC에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연장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세이프가드는 수입업체가 제품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자국 제조업체가 피해를 봤을 때 발동하는 조치다.
월풀은 지난 2017년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2018년 초 세이프가드가 발효됐다. 이에 따라 1년차부터 3년차까지 단계별로 관세가 강화됐다. 완제품은 120만대까지 1년차에는 20%, 2년차 18%, 3년차 16%다. 120만대 초과분은 1년차 50%, 2년차 45%, 3년차 40%다. 세이프가드 발동 3년차인 올해는 120만대까지 16%, 초과분은 40%의 관세를 부과 받는다. 세탁기 부품은 45% 관세다.
이번에 월풀이 세탁기 세이프가드 연장을 청원한 것은 실적 부진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월풀은 세이프가드를 통해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이프가드에 대응해 미국 현지 세탁기 생산기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LG전자는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공장을 건설하고 제품을 생산 중이다. LG전자 미국 클락스빌 세탁기 공장은 12일(현지시간) 100만대째 세탁기를 생산하는 등 활발하게 가동 중이다.
월풀은 제품 경쟁력에서 삼성과 LG에 밀리는데다, 올해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2분기 월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40억4200만달러(약 4조785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7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1억9100만 달러 대비 60%나 급감했다.
세탁기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려 점유율이 낮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1%로 1위이며, LG전자 17%, 월풀 16% 순이다. 미국 주요 매체가 실시한 세탁기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월풀은 세이프가드까지 내년 2월에 종료되면 경쟁력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월풀이 자국 시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세이프가드 연장을 청원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미국 공장에서 세탁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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