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40% 깨진 지지율...인사 쇄신카드에도 등 돌린 여론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 추이

'40%의 벽도 깨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지지율)가 30%대로 떨어졌다.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 고비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으로 여야 지지율도 뒤바뀌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 위협에 대한 저자세 논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혹과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 잇따른 여권발 성추문 등에도 굳건함을 유지했지만, 부동산 정책 강행에 따른 민심 이반은 막지 못했다.

청와대 내 일부 다주택 참모에 대한 인사 카드까지 꺼내들었음에도 지지율 추락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슈분석]40% 깨진 지지율...인사 쇄신카드에도 등 돌린 여론

◇등 돌린 국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3주년 대국민 연설을 했던 지난 5월 1주차까지만 하더라도 71%(한국갤럽)였다.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하며 4·15 총선에서 여당의 대승을 이끌어낸 뒤 탄탄대로를 달렸다.

경제위기 극복을 강조하며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비상경제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경제행보에도 박차를 가했다. 한국판 뉴딜을 통해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위협 발언에 이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시작으로 지지율 하락에 속도가 붙었다. 북한 위협과 잇따른 여권발 악재에도 홀로 빛을 발하던 대통령 지지율에 균열을 가게 한 것은 부동산 대책이었다.

6·17 부동산대책과 여당의 부동산 3법 강행 처리, 7·10 부동산대책으로 지지율 하락을 촉발했다. 여기에 청와대 참모 등 고위직 공무원의 다주택자 처리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면서 지지율 하락은 가속됐다.

한국갤럽(14일) 조사에선 대통령 지지율(긍정평가)이 39%까지 떨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이 한창이던 작년 10월(39%) 이후 두 번째 40%대 붕괴다. 부정평가는 53%로 대통령 취임 이후 최고치다.

13일 리얼미터 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17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통합당 36.5%, 민주당 33.4%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인사 카드 썼지만

문 대통령은 부동산 논란을 키운 청와대 내 다주택 참모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카드를 꺼냈다. 정부가 무주택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다주택자를 옥죄는 정책을 시행했지만, 정작 정부와 청와대 내 고위직 다수가 다주택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부동산 정책 수립에 관여하는 고위 공직자 36%가 다주택자라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비서관급 이상 다주택 참모에게 1주택을 제외한 주택처분을 사실상 지시했지만, 시간만 흘러가며 실제 주택 처분은 대다수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그때마다 “주택 처분에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노영민 비서실장의 똘똘한 1채,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뒤끝 논란에 노 실장이 집단 사표 카드까지 꺼내들고 문 대통령 역시 일부 다주택 참모를 교체했지만 지지율 반등은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2일 청와대에서 국민소통수석과 사회수석 후임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소통수석에 정만호 전 강원 경제부지사, 사회수석에 윤창렬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을 내정했다. 2020.8.12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2일 청와대에서 국민소통수석과 사회수석 후임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소통수석에 정만호 전 강원 경제부지사, 사회수석에 윤창렬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을 내정했다. 2020.8.12 utzza@yna.co.kr

◇레임덕 위기까지

잇따른 악재가 계속되면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위기까지 거론됐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뒤끝 논란이 불을 지폈다. 김 전 수석은 지난 7일 노영민 비서실장 등과 함께 집단 사표 제출한 뒤 청와대를 떠났다. 대통령 처분 전에 직을 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직이 아닌 집을 택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미래통합당 서울송파병 당협위원장)는 “김조원 수석의 뒤끝있는 마무리를 보니 청와대에 대통령의 영이 제대로 안서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겨우 노무현 반사광을 받은 대통령 아우라로 버티고 있는데 그 달빛도 빛이 바래고 변색돼 오래 가지 못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레임덕 주장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야권발 레임덕 전조 현상에 대해 “아직 그런 것을 제기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 당청간 주도권 다툼이나 이견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일부 부동산 문제나 혹은 그런 것은 개개인들의 문제”라며 “조직 전반에 영향이 있는 게 아니므로 국정과제 추진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김 전 민정수석과 김 전 수석을 옹호하는 민주당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SNS에 썼다가 삭제하는 등 여권 내 비판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당면한 수해복구, 코로나 방역, 부동산 안정 및 주거 실현을 포함한 경제문제 에 총력을 기울이며 뚜벅뚜벅 국정행보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