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건기연 해수담수화연구팀 "해수담수화 핵심 멤브레인, '정답' 없어 매력 넘쳐"

건기연 해수담수화연구팀. 사진 오른쪽부터 최준석 연구위원, 우윤철 박사, 박광덕 연구원.
건기연 해수담수화연구팀. 사진 오른쪽부터 최준석 연구위원, 우윤철 박사, 박광덕 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환경실험동 210호 환경실험실. 다양한 해수담수화 기술 성과가 움트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공간을 가득 채운 크고 작은 설비가 눈에 들어온다. 큰 것은 높이가 사람 키를 넘어서고, 길이는 키 두 배를 넘는 듯 보인다.

연구실을 책임지는 최준석 연구위원은 이들 설비를 활용해 두께가 밀리미터(㎜) 수준인 얇은 막, '멤브레인'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연구실에서 실제로 구현한 멤브레인.
연구실에서 실제로 구현한 멤브레인.

설명에 따르면 멤브레인은 해수담수화에 핵심 역할을 하는 요소다. 공극을 통해 물은 통과시키면서 다른 요소는 걸러내는 것이 기본적인 활용법이다. 고기능 멤브레인을 구현, 에너지를 덜 소모해 담수화를 이루는 것이 과제다.

최 위원은 “폴리머(고분자)로 멤브레인을 만드는데, 어떤 첨가제를 쓰고 어떤 조건을 구현하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며 “정답이 없어 수많은 시행착오로 원하는 물성을 찾아낸다”고 말했다.

설명에 이어 실제 멤브레인 제작과정을 볼 수 있었다. 박광덕 연구원이 연구실 한 켠의 '특수 막 전기방사장치'로 막을 제조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박광덕 연구원이 특수 막 전기방사장치로 막 제조 과정을 시연하는 모습.
박광덕 연구원이 특수 막 전기방사장치로 막 제조 과정을 시연하는 모습.

방사한 폴리머가 회전하는 원통에 달라붙기를 반복, 면을 이루는 방식이다. 신기해하는 기자에게 박 연구원이 '전하를 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사기에 양극 전극을 연결하고 원통 뒤에는 음극 전극을 연결, 전류 이동을 따라 폴리머가 움직이게 했다는 설명이다.

A4 용지 크기를 만들려면 4~5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하루에 많이 해도 3장을 만들기가 어려운 시간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셀 수 없이 반복해 원하는 물성의 멤브레인을 만들어냈다.

뒤이어 대형 제막 장비를 접했다. 이 장비는 대면적 멤브레인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폭 1m, 길이 24m, 48m에 달하는 멤브레인을 이 장비로 만들 수 있다. 우윤철 박사 안내로 자세한 공정을 접할 수 있었다.

대형 제막 장비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우윤철 박사
대형 제막 장비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우윤철 박사

막 제조과정은 아주 복잡했다. 폴리머가 장치 내 챔버들을 거치며 용액에 담궈지기도 하고 열 처리, 건조, 코팅 등 과정을 겪으며 비로소 멤브레인으로 거듭난다. 하루에 4개를 만드는 것이 고작일 정도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만큼 노력도 든다.

대형 제막 장비
대형 제막 장비

연구팀은 그래서 이 일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연구실은 이미 해수담수화 관련 10년 연구 업력을 갖추고 있다. 부산 기장에서 1000톤 규모 플랜트 실증에 참여했고, 내년에는 제주에서 100톤 규모 공정·소재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일 자체가 갖는 매력이 크다. 최준석 위원은 “멤브레인 제작은 정형화되지 않은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결과를 얻게 된다”며 “마치 예술같다”고 전했다.

연구 의의도 일에 빠져드는 이유다. 그는 “해수담수화는 우리 국민의 물 복지에 큰 도움이 된다”며 “하수처리나 발전 등 다양한 분야와도 연계 가능해, 이를 연구하는 것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