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융합 백본망 구축 사업 입찰을 앞두고 국산 장비업계와 행정안전부 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국산 장비업계는 행안부가 필수 조항으로 제시한 기능이 외산 장비만 가능하다며 국산 장비 진입을 차단하는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행안부는 특정 외산 제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한 의도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산 장비업계는 제품·용량 등을 자세하게 제시하지 않아 모호하다며 결과적으로 외산 장비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성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행안부는 다양한 제품을 연계해서 시스템을 제안해도 무방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입찰 조건이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국산 장비업계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행안부 입장이 충돌한 것이다.
국가 융합망 백본망 구축·운영 사업은 820억원(1망 541억원, 2망 286억원)이 넘는 사업으로, 올 하반기 최대 규모의 공공 유선망 사업이다. 국산 장비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만큼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입찰에는 사소한 시빗거리가 개입될 여지를 줘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공정성을 보장하고, 깨끗한 물처럼 투명성도 겸비해야 한다. 국산 장비업계의 이기주의로 치부할 게 아니라 행안부가 사업자 선정에 앞서 입찰 조건이 공평한지 한 번쯤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입찰 자격과 세부 기능을 변경하라는 게 아니다. 절차적·내용적 정당성을 재차 확인할 기회로 활용하라는 말이다.
만에 하나 사업자 선정 이후 탈락 사업자가 이의라도 제기한다면 행안부 권위와 위신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국산 장비업계가 원하는 건 특혜가 아니다.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공정하게 보장해 달라는 거다. 행안부가 '사업 참여 기회조차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는 국산 장비업계의 호소를 흘려서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