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마켓 판매자도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쿠팡의 신사업 '로켓제휴'가 편법 논란에 휩싸였다. 형식상 직매입 배송 형태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택배사업자와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현재는 일부 품목만을 대상으로 로켓제휴가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상품 범위를 확대할 경우 택배사업자 자격 없이도 3자 물류 사업이 가능,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물류 업계 중심으로 쿠팡 로켓제휴 사업에 대한 위법성 제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명시적인 배송비 대신 전체 수수료 안에 배송비용을 녹이고, 상품의 직매입 시점을 형식적으로 조정해 법망을 피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직매입상품은 사업자가 직접 배송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위법이다.
로켓제휴는 쿠팡이 오픈마켓 판매자의 상품 매입, 판매, 배송, 고객서비스(CS) 관리를 대신 진행하는 서비스다. 쿠팡 자체 물류 시스템을 활용, '로켓배송' 속도로 상품을 배송할 수 있다. 지난달 서비스 출시한 뒤 기존 마켓플레이스 입점자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이 로켓제휴 서비스를 출시하자마자 '상품 매입 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상품 입고와 매입이 동시에 이뤄지는 로켓배송과 달리 로켓제휴 방식은 '위탁판매'에 가깝다. 쿠팡은 판매자 상품이 쿠팡 물류창고 입고 시점에서 소유권을 얻게 되지만 재고 소진이 일정 기간 이뤄지지 않으면 판매자에게 착불로 반품할 수 있다.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으면 쿠팡은 재고 부담을 지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상품 매입은 소비자 구매가 이뤄지는 시점이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간 과정에 매입 프로세스를 두는 꼼수를 두긴 했지만 이는 법이 만들어진 취지에서 벗어나는 방식”이라면서 “사실상 불법에 가깝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택배업계 관계자 역시 “쿠팡은 택배업체의 고객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개별업체들이 앞서서 반대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합리적 의심을 기반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정부에서 유권 해석을 내려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쿠팡 측은 상품이 창고로 이동하는 시점부터 계약상 매입이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정밀한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기간 내 판매 가능한 수량을 계산해서 매입하기 때문에 판매자 재고 부담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면서 “명확하게 법률적 검토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판단 아래 시행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의 유상운송 문제는 이보다 앞서 로켓배송을 두고도 오랜 시간 법원에서 쟁점을 다퉜다. 2015년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전국 쿠팡 물류센터 7곳과 배송캠프 18곳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수년간의 소송전 끝에 법원은 쿠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로켓배송이 직접 택배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운송 사업이 아니라 무상 고객 서비스의 일종이라고 해석했다.
국토교통부 물류산업과 관계자는 “매입 시점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로켓제휴 적법성 여부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