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렌터카 시장 1·2위 격차가 역대 처음으로 1만대 이하로 좁혀진다. 20년 이상 부동의 1위를 유지한 롯데렌터카가 거대 고객 KT그룹을 놓친 결과다. 롯데렌터카는 KT그룹 물량 약 1만1500대를, 3위 현대캐피탈에 빼앗기면서 2위 SK렌터카와 격차가 7800여대로 줄어든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KT그룹은 5년 계약 만료에 따라 현재 운용하는 장기렌터카 1만1500여대를 순차적으로 현대캐피탈로 교체한다.【사진1】
6월 말 기준 국내 렌터카 1위는 롯데렌터카(22만7214대), 2위는 SK렌터카(20만7931대), 3위는 현대캐피탈(9만5290대)이다. 롯데렌터카가 SK렌터카보다 1만9283대 더 많지만 KT그룹 물량 약 1만1500대 이탈은 타격이 크다.
롯데렌터카는 1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2위 SK렌터카와 격차가 1만대 이하로 좁혀지는 건 처음이다. SK렌터카가 AJ렌터카를 인수해 외형을 키운 상황에서 롯데렌터카가 KT 물량을 잃었기 때문이다.
롯데렌터카는 1990년대 금호렌터카 시절부터 시장 1위 업체다. 통계를 집계한 2001년부터도 1위를 수성해 왔다. 롯데렌터카는 그동안 시장에서 '1등 마케팅' 전략을 내세웠던 만큼 1위 유지를 위해 고객 이탈을 막으며 추가 고객을 확보하는 데 사업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KT그룹 이탈을 만회할 대형 고객이 당장은 없는 상황이다. KT그룹은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VIP로 꼽히는 큰손이다. KT와 계열사는 영업·사후서비스(AS) 용도 등으로 쓰는 차량 1만1500여대를 렌터카 형태로 써왔다.
KT그룹은 과거 계열사 KT렌탈(현 롯데렌탈)을 통해 장기렌터카를 운용, 비용을 절감했다. 2015년 KT렌탈을 롯데그룹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했지만 올해부터 계약이 순차적으로 만료되면서 사업자를 재선정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2000cc 미만 영업용차량은 5년까지만 임대가 가능하다.
최근 KT는 입찰을 통해 5900여대에 대한 사업자로 현대캐피탈을 최종 선정했다. 롯데렌터카, SK렌터카까지 입찰에 참여했지만 가격경쟁력에서 현대캐피탈이 앞섰다. KT는 계열사 물량도 계약 기간 만료 시점에 맞춰 현대캐피탈로 넘기기로 했다. 최종 결정은 9월에 나온다고 전해졌다.
KT그룹 관계자는 “시간차가 있지만 나머지 5600여대도 대부분 현대캐피탈로 전환할 예정”이라면서 “그룹에서 롯데렌터카를 사용하지 않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장 롯데렌터카의 1위 자리가 위협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KT그룹 물량의 현대캐피탈 이전은 순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서울자동차대여사업조합이 발표하는 공식 통계에 바로 반영되지 않는다. 계약에 따라 연내 롯데렌터카에서 현대캐피탈로 넘어가는 물량은 400여대다. 본격 전환은 내년부터 이뤄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렌터카와 2위 사업자 간 1만대 이하로 좁혀지는 건 처음”이라면서 “짧은 기간 내 순위가 역전될 가능성은 적지만 100만대 시장에서 1만여대 차이는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표> 렌터카 시장 순위
*자료: 서울자동차대여사업조합, 업계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