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역삼초교 사거리부터 구 역삼세무서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약 560m 거리의 4차선 도로 일대는 창업가와 벤처캐피털(VC) 등 창업 및 투자 관련 기업 및 기관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행사부터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IR), 각종 교육이 연중 이어지고 있어서다. 팁스타운에 둥지를 꾸린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 등 성장 단계를 거쳐 번듯한 사무실을 얻어 독립하곤 한다. 사무실을 얻은 이후에도 네트워킹 등을 위해 다시 찾아오는 건 당연한 일이 됐다.
팁스타운을 중심으로 역삼로 일대에는 창업가거리가 확산하고 있다. 2014년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마루180이 처음 이 길에 생긴 이후 이듬해 첫 번째 팁스타운이 맞은편에 입주했다. 이후에도 매년 한 개 꼴로 팁스타운이 들어서고 있다. 지자체와 민간 기업까지도 역삼로 일대에서 전용 보육공간을 협업해 꾸리며 스타트업을 밀착 지원하고 있다.
◇연중 IR 이어지는 팁스타운...창업생태계 전진기지 자리매김
서울 강남구 역삼로 일대에는 총 6개 팁스타운이 운영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직접 운영하는 팁스타운 4개소(S1~S4), 포스코가 조성한 체인지업 그라운드(S6) 등에는 현재 총 87개 팁스 창업팀과 운영사, 유관기관 등이 입주해 있다. 강남구청이 직접 운영하는 강남스타트업센터를 포함하면 전체 입주사 수는 100개 안팎에 이른다.
팁스타운을 거쳐간 창업팀과 스타트업도 총 126개에 이른다.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이 아닌 1인 기업 등 일반 입주기업도 상당수다. 이처럼 팁스타운은 기술창업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에게 네트워크 심장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중 관련 행사와 IR 등이 끊이질 않아서다.
창업진흥원 관계자는 “팁스타운에 위치해 있는 것만으로도 창업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행사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팁스타운을 먼저 찾아 다양한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팁스타운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연례행사인 팁스서밋, 오픈이노베이션 데이를 비롯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를 위한 IR 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지난 13일에는 팁스타운 S6에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와 와이젯, 리베스트, 씨에이티빔텍, 모어씽즈 등 소재·부품·장비 분야 팁스 창업팀 4개사, 투자자 등 30여명을 초청해 소부장 분야 특화 데모데이 및 네트워크의 장인 '팁스밋업 x 소부장'을 열기도 했다.
스마트폰 영상·파일의 전송과 편집을 위한 고속 저전력 무선 솔루션,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고밀도 전구각 플렉서블 리튬 플리머 배터리, 직접 성장 CNT 기반 저전력 고화질 3D 엑스레이 튜비, 고해상도를 갖춘 의료기기용 유연성 소재 압력 센서 및 센싱 플랫폼 등 다양한 소부장 분야 기술이 소개됐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관계자는 “팁스 프로그램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대규모 자금 매칭이 이뤄지는 만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지원을 통해 성장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만큼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팁스창업팀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현재 가동되고 있다. 팁스타운을 운영하는 엔젤투자협회는 지난달까지 '팁스x비석세스' 3기 참여 스타트업의 모집을 마치고 이달부터 본격 교육과 컨설팅에 착수한다. 다음달 온라인 데모데이를 통해 코로나19 시대에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할 수 있도록 영문 IR 작성방법부터 영어발표 1대 1 코칭,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등을 지원한다. 오는 12월에는 연례 행사인 팁스서밋과 오픈이노베이션 데이도 개최한다.
실제 각 팁스타운마다 매일 같이 다양한 프로그램이 팁스홀, 유니온스퀘어 등을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다. 팁스타운 S1에서는 이날 여성벤처기업인간담회, 팁스타운 S2에서는 팁스 6~7월 선정팀 협약 교육이 열렸고, S6에서는 포스코 사내벤처 투자를 위한 회의가 열리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연중 끊이질 않는다.
◇역삼로 넘어 대전까지...혁신창업 집적 모델 전국 단위로 확산
창업팀과 운영사가 모여 혁신창업 효과를 키우는 팁스타운 모델은 역삼동 창업가거리를 넘어 팁스타운이 아닌 핀테크 창업 등 여타 분야로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대전 궁동에 조성되는 대전 팁스타운 조성을 계기로 지방 창업생태계에도 고급인력의 기술창업 유도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 팁스 프로그램을 통한 고급기술인력 창업 효과는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팁스 프로그램을 거친 전체 창업자 3043명 가운데 석·박사가 1787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삼성, 애플, 구글, 네이버, 다음, LG, SK, 인텔, MS 등 국내외 대기업 출신은 900명이다. 지방 대학과 연구소 등이 대거 집적한 대전의 지역 특성 상 대전 팁스타운 역시 고급인력의 기술창업을 유도할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카이트창업가재단 등 이미 다년간 팁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좋은 성과를 보인 운영사 가운데 다수가 이미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만큼 대전 팁스타운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서울에 집중됐던 창업 인프라 조성이 최근 대전 뿐만 아니라 부산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 테크노파크 등 기존 인프라와 결합해 지역 특성을 살린 고유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지역 생태계 참여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공덕오거리 일대, 성수동 일대 소셜벤처 집적 공간 등 서울 내 여타 지역에도 창업 관련 집적 지구는 전방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팁스 프로그램 운영사 대표는 “이미 성수동 등지에도 소셜벤처, 임팩트 투자 기업 등 팁스타운처럼 다양한 혁신 주체가 다수 모이는 사례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제2, 제3의 팁스타운, 창업가거리가 등장해 다양한 시도에 나설 수 있도록 창업생태계를 두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서울 역삼로 일대 6개 타운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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