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에 들어갔다. 화웨이가 규제를 피해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해 개발하거나 생산한 반도체 칩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미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세계 21개국의 38개 화웨이 계열사를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화웨이가 2019년 5월 미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후 제재 대상에 추가된 화웨이 계열사는 모두 152개로 늘어나게 됐다. 제재 대상에는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태국, 영국 등 21개국에 있는 계열사가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이들 회사가 제품이나 부품에 사용하기 위해 미국 기반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취득하는 것을 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상무부는 또 화웨이의 조립시설 4곳도 거래 제한 명단에 올렸다.
상무부는 화웨이 장비 사용업체와 통신업체 등에 발급한 임시 면허를 연장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이 임시 면허는 지난 14일자로 만료된 상황이다. 새 규정은 또 거래 제한 목록에 오른 회사가 구매자, 중간 수취인, 최종 수취인, 최종 사용자 등의 역할을 할 때 면허를 취득하도록 요구한다.
이번 제재는 사실상 세계 모든 반도체 제조사가 화웨이와 거래할 수 없게 한 것이다. 화웨이 압박 수위를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들이 우리를 염탐하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에서 그들의 장비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를 중국 공산당 감시국가의 한 부문으로 본다”면서 “중국의 악의적 영향으로부터 미국의 국가 안보와 시민의 사생활, 5세대(5G) 인프라의 무결성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제재를 부과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내에선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규제안을 검토 중이지만 반도체 거래에 대한 이와 같은 광범위한 규제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정부가 자국 기업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가 안보를 달성하려는 입장에서 갑자기 선회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에 민감하지 않은 상용 반도체를 판매하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반도체 연구와 혁신을 촉진하고, 이것이 미국 경제력과 국가 안보에 핵심이라는 견해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강조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