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광학렌즈 소재·부품·장비 위기를 기회로

박종복 한국광기술원 지능형광학모듈연구센터장.
박종복 한국광기술원 지능형광학모듈연구센터장.

스마트폰 하나로 전화나 문자 메시지는 물론 인터넷, 게임, 동영상 시청, 사진 등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도 그에 따른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된 것이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 모듈에는 여러 장의 광학렌즈로 구성돼 있다. 광학렌즈는 카메라 모듈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삶 가까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학렌즈는 다양한 광학기기 안에서 인류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고, 안전한 세상 만들기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다양한 즐거움과 추억을 선물하는 매우 고마운 부품이다.

광학렌즈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은 미래 국가전략산업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는 중요한 분야이다. 광학렌즈 관련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드론, 스마트팩토리, 스마트홈 분야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에서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한 체온 측정과 같은 안전과 보안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 기술이다. 이러한 중요성과 더불어 광학렌즈 시장 규모가 증대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광학렌즈와 관련된 소부장 분야에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내 광학렌즈 소재 및 부품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이고, 스마트폰 렌즈의 경우 소수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납품하는 구조다. 광학렌즈의 제조 공정은 렌즈설계, 소재 선정, 가공 및 성형, 코팅, 조립 및 측정평가 등 일련의 공정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광학렌즈 소재는 국내에서 거의 제조가 되지 않고 있다. 해외, 특히 대일 무역 의존도가 높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광학렌즈 및 광학 모듈 또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 광학렌즈 성형·가공·조립장비 가운데 일부만이 국내 장비 기업에서 수급되고 있으며, 초정밀 광학부품 제조 장비나 측정 장비도 대부분 일본 등 해외로부터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일무역 역조 및 규제,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국내 광학렌즈 및 소재·부품 산업이 이른 시일 안에 경쟁력을 갖추도록 정부, 기관, 연구소 등 혁신 주체들의 선도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2000년대 들어 소재부품 특별법 제정 및 지원 이후 외형 성장 기반을 마련, 생산 및 수출 증가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개발 가능한 제품 위주의 단기 성장이었다. 일본에 대한 소부장 무역 역조는 수십 년간 지속되고 최근 국제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 일본 기술 자립화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됐다. 더욱이 지난해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로 인해 산업뿐만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도 소부장 기술은 국가 차원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특히 소부장 가운데 광학렌즈 분야는 대외 의존도가 높고, 기술 중요성이 높아 산업·경제 파급효과가 크다.

정부는 지난해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과 소부장 연구개발(R&D)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 등을 발표하는 등 대응 체계화를 위해 국가연구시설(N-LAB, N-Facility, N-TEAM) 지정 및 지역 거점 활용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일 무역 의존도가 높아 100대 품목의 하나로 지정된 광학렌즈 분야의 소부장 시설이 N-Facility로 지정돼 향후 관련 기업 지원을 안정시킬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다. 이 같은 대일 무역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과 함께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일관된 정책의 지속 추진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국민 공감대를 얻고 해당 분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관련 분야 종사자들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

첨단 기술에 대한 선진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넘어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국제 상황 속에서 미래 기술 핵심 소재 부품인 광학렌즈에 대한 수요 증가는 관련 업체에 위기이자 큰 기회가 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광학렌즈 관련 기업을 위해 대학, 연구소, 정부 모두가 역량을 집중시켜서 기회로 작동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광학렌즈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장기 비전과 함께 끈기 있는 소부장 산업 지원은 중소·중견기업 육성 및 성장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커다란 경제 파급 효과와 같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박종복 한국광기술원 지능형광학모듈연구센터장 jb.park@kop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