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TIPS·팁스)이 1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서 10배 이상의 후속 투자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로 획일화된 회수 시장에서도 인수합병(M&A) 등 성공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민간이 발굴한 스타트업에 정부의 연구개발(R&D), 해외마케팅 등 자금을 연계 지원한 성과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 및 창업팀 1042개사는 지난달까지 총 2조9415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팁스 프로그램 선정에 따른 초기 엔젤투자금 2251억원에 더해 2조7164억원의 후속 투자가 이뤄졌다. 75개 스타트업은 해외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총 1억8978만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다.
팁스는 액셀러레이터 등이 유망 창업팀을 발굴해 엔젤투자를 하면 정부가 최대 2억원 범위 안에서 매칭 투자를 하고 최대 5억원의 기술개발자금과 창업지원 연계 지원, 해외마케팅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장 3년까지 최대 10억원을 지원한다.
1042개 스타트업 가운데 21개사는 이미 회수를 완료했다. 특히 이들 기업 가운데 19개 기업은 대기업 또는 선배 중소기업에 M&A되는 성과를 거뒀다. 짧게는 창업 2년, 길게는 창업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수아랩의 M&A는 팁스 프로그램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13년 창업한 수아랩은 2015년 카카오벤처스가 운영하는 팁스 프로그램과 2018년 포스트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됐으며, 이듬해 약 2300억원에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그넥스에 인수됐다. 2015년 창업한 광통신 솔루션 기업 옵텔라 역시 2016년 에트리홀딩스의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된 이후 2018년 미국 코세미 테크놀로지에 인수되는 성과를 거뒀다.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 역시 팁스 프로그램을 거친 스타트업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4년 키즈노트를 인수한 데 이어 2016년에는 파킹스퀘어, 올해 들어서는 리모트몬스터를 인수했다. 카카오는 계열사 카카오벤처스가 운영하는 팁스 프로그램을 통해 2013년부터 총 44개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네이버 역시 2015년에는 엔트리교육연구소, 2017년 드라마앤컴퍼니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자회사 스노우를 통해 브렉스랩을 인수했다.
성장 궤도에 오른 벤처·스타트업이 팁스 출신 기업을 인수한 사례도 적지 않다. 쏘카와 자회사 나인투원, 로앤컴퍼니, 마켓디자이너스, 셀리턴, 지니언스, 알에프텍, 트루윈, 젤라또랩 등 정보통신기술(ICT)뿐만 아니라 바이오·의료 분야의 기업이 팁스 출신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오기웅 중기부 창업진흥정책관은 “팁스가 고급 기술 인력의 창업으로 성공적으로 자리할 수 있게 된 요인은 민간의 선별 기능과 보육 기능을 신뢰한 결과”라면서 “팁스 사례를 바탕으로 정부의 전체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민간 기능을 더욱 강화, 더 다양한 지원 사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