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발의한 면세점 의무휴업 규제 법안이 사실상 좌초됐다. 관련 부처와 유관기관들이 잇달아 반대 의사를 밝히며 개정안 통과가 어려워졌다. 애당초 면세 업종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대기업 규제에만 몰두한 졸속 법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담긴 보세판매장(면세점) 영업제한에 대해 관련 기관 모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개정안에는 면세점에도 영업제한 및 의무휴업 규정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근로자 건강권 보장을 위해 매월 일요일 중 하루를 의무휴업일로 정하고 야간 영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시내면세점 5개 업체가 폐업하고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업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면세점 주무부처인 관세청은 “면세점은 일반 유통업과는 달리 입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만큼 명절·휴일에 영업을 제한하면 내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이 예상된다”면서 “장기적으로 면세점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면세점 의무휴업 규제시 공항 국제 경쟁력과 산업 경쟁력 악화는 물론 야간 영업 불가에 따른 유관 일자리 감소도 우려된다”며 반대 의견을 산중위에 전달했다.
영업 제한시 과잉금지원칙,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면세점은 관세법에 따른 강학상 특허 업종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영업자격을 부여받는 만큼, 영업권은 법률에 의해 직접 보호되는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면세점은 관광객 쇼핑 편의 및 만족도와 직결되며 관광수입 확대에도 기여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쇼핑관광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계 법령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2분기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은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롯데면세점은 2분기 영업손실 77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61.6% 급감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역시 각각 474억원, 370억원의 적자를 봤다. 사업장이 줄줄이 문 닫으며 일자리 불안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면세점협회는 “면세산업은 매출의 7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인 만큼 골목상권과 무관하다”면서 “공휴일에 영업규제가 이뤄지면 국내 관광산업이 연쇄적으로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특히 면세점에 입점한 208개 중소·중견 브랜드사는 물론 여행사와 호텔, 렌터카, 운송업 등 유관 업계 전반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산중위도 유통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현재 면세점 다수가 단축 운영 및 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무휴업 규제가 면세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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