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데이터센터에 대한 현실과 오해

나연묵 단국대학교 SW융합대학 학장
나연묵 단국대학교 SW융합대학 학장

코로나19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고, 세계 경제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가 얼마 전에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은 이로 인한 경기 침체를 뚫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

한국판 뉴딜은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중심으로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주도하는 디지털 중심지를 강조하고 있다. 국방부는 몇년 전에 개최한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ABC) 포럼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강조했다. 필자는 마지막에 데이터센터를 추가, 'ABCD 레이어'를 제안한 바 있다. ABCD 레이어의 상위 레이어는 AI와 빅데이터 기술로 구성되고, 하위 레이어는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기술로 구성된다.

클라우드는 컴퓨팅 자원의 공유 풀을 만들어 온디맨드로 활용하는 기술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서비스형플랫폼(PaaS)·서비스형인프라(IaaS) 등 세 가지 서비스가 주로 언급된다.

클라우드 레이어의 하부에는 데이터센터가 있다. 클라우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IT 인프라 운영에 적합한 전용 건물에 전력,쿨링 등 기반 설비를 갖추고 안전하고 효율 높게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등 컴퓨팅 장비를 24시간 365일 운영하는 장소다.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두 가지 오해가 있다.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 환경 유해성 논란이다. 전기 먹는 하마라는 표현은 단일 건물의 전력 사용량으로는 기존의 사무용 건물보다 전력 소모가 많다 보니 나온 표현이다. 그러나 산업 전체 전력 사용량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안팎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가 소모하는 전력은 제조업의 공장에 비하면 세 발의 피에 불과하다. 또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경제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핵심은 서버와 스토리지고, 이들이 상주하는 공간인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는 디지털 경제 순환을 위한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데이터센터가 타 사무용 건물 대비 전력 소모가 높은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 관리는 필요하다.

또 하나의 오해는 환경 유해성 논란이다. 데이터센터는 상당히 특수한 시설이고 보안 등급이 높은 시설이어서 일반인의 출입이 어렵다. 얼마 전 네이버가 신설 추진하던 데이터센터가 선정 입지 주변 시민들의 유해성 논란 반대에 부닥쳐 입지를 다른 도시로 변경한 사례가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최신 빌딩 형태를 하고 있고, 테헤란로에 줄지어선 최신 빌딩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아마도 수천, 수만대 서버 장비에 전력이 공급되고 있어 전자파·열섬 발생을 우려하지만 이는 전혀 근거가 없다. 데이터센터 내부에는 서버와 스토리지가 랙에 장착돼 있고, 컴퓨팅 장비의 전력 소모량으로 볼 때 각 가정에서 상시 사용하는 노트북이나 PC와 마찬가지로 전자파 발생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각 전산실은 냉방을 위해 창문이 없는 형태로 설계된다. 이 전산실은 이중벽으로 분리돼 설령 미미한 전자파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외부로 빠져나갈 길이 없다. 데이터센터 옥상에 냉수를 식히기 위한 냉각탑이 존재할 수 있지만 일반 사무용 빌딩의 냉방 시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데이터센터를 환경 유해 시설로 보는 시각은 명확한 오해다. 디지털 시대에 비대면 서비스와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생활 편의 핵심 시설로 봐야 마땅하다.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탄소배출권 규제의 개선도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탄소를 직접 배출하지도 않고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필수 시설인데도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탄소배출권 규제 대상에 포함돼 매년 일정 규모의 전력 소모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AI, 비대면 서비스가 급증하면 컴퓨팅 수요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데이터센터는 서버 수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는 탄소배출권 규제에 따라 오히려 전력 소모량을 줄여야 하고, 이에 따라 서버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데이터센터를 탄소배출권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상식에 맞을 것이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정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의 국내 경쟁력 확보, 비대면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 제거 및 에너지 효율 관리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의 유해성 논란은 불식시키고 한국판 뉴딜 실현을 통해 디지털 경제 선도국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갈 때다.

나연묵 단국대 SW융합대학 학장 ymnah@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