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박재순 쿠첸 대표 "하는 요리서 보는 요리, '플렉스쿡'으로 조리가전 문화 선도"

[데스크가 만났습니다]박재순 쿠첸 대표 "하는 요리서 보는 요리, '플렉스쿡'으로 조리가전 문화 선도"

올해 1월 박재순 쿠첸 대표가 선임됐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30년 이상 국내외 사업을 해온 가전과 TV 분야 전문가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각지 법인에서 일하며 글로벌 경영 능력까지 갖췄다. 박 대표는 쿠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삼성에서는 개발부터 구매, 제조, 판매 등 전체를 맡아본 적이 없었다”며 “사업 전체를 책임지는 것을 해보고 싶었는데, 쿠첸에서 제안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기여도가 적다고 자신을 낮추면서, 쿠첸의 신사업과 해외 진출에 본인의 경험을 모두 쏟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박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려운 시간이지만 내부를 정비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았다. 체질 개선, 신제품 개발 등을 내실 있게 추진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달 말 신개념 조리가전 '플렉스쿡(FlexCuc)'을 선보였다.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도, 준전문가 수준의 사람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하는' 요리에서 '보는' 요리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제품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요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레시피대로 하면 되고, 요리에 열정이 있는 사람은 다양하게 활용하고 멋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첸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만들어낸 플렉스쿡을 앞세워 프리미엄 주방 가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해외 진출 확대도 노린다.

박 대표와 쿠첸의 새로운 도전, 미래 계획을 들어봤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박재순 쿠첸 대표 "하는 요리서 보는 요리, '플렉스쿡'으로 조리가전 문화 선도"

대담=홍기범 전자자동차부장

-쿠첸 대표로 취임한지 8개월 정도 지났다. 소감은.

▲쿠첸은 우수한 인덕션 히팅(IH) 기술을 기반으로 밥솥 시장에 뿌리 내린 후 프리미엄 주방 가전 업체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최근 몇 년간 시장 및 경쟁 환경 변화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취임 직후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맞으며 예상했던 것보다 더 쉽지 않은 환경에 직면했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불철주야 열정적으로 회사의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적극 나서준 임직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쿠첸은 여러 가지 환경적 대응, 거래 관계 강화 등 많은 변화가 필요하지만 그만큼 개선 후의 가능성도 큰 기업이다. 앞으로 쿠첸의 지속 성장을 위해 모든 경험을 쏟겠다.

-밥솥 시장 현황과 쿠첸의 현황을 진단한다면.

▲최근 3년 평균 국내 밥솥 시장 규모는 5800억~6000억원 규모로 성장이 다소 정체돼 있다. 2016년 신규 브랜드의 밥솥 시장 진입 영향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2010년대 이후 해외 여행 증가, 먹방 등의 유튜브 및 요리 예능 방송의 폭발적 증가 같은 사회·문화적 변화가 있다. 또 고령화 및 인구 감소, 1~2인 가구 비중 증가 등 가구 구조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입맛과 식문화는 다양하게 변해가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1인당 연간 쌀소비량(2010년 73㎏→2019년 59㎏)은 약 20% 감소했다. 그만큼 취사 횟수는 감소하고 이를 대체하는 즉석밥 및 밀키트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주식이 밥에서 다른 요리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밥도 요리를 이루는 하나의 구성품이 되어 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쿠첸은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IR밥솥을 출시했으며, 향후 밥솥을 넘어 멀티쿠커 시장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밥솥 시장이 계속 줄고 있다. 업계 2위 쿠첸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밥맛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밥맛 세분화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쿠첸은 20여년간 축적한 소비자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해왔다. 특히 2019년 1월 쿠첸의 '밥 소믈리에'들을 중심으로 밥맛 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연구 설비 투자 또한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밥맛 연구소에서는 신규모델 개발시 평균 5400인분(810㎏)의 밥을 지어 테스트한다. 과거의 정형화된 '좋은' 밥맛을 벗어나 보다 다양하고 세밀해진 소비자들의 밥맛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지속적 기술력 강화와 차별화가 쿠첸의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쿠첸이 추구하는 전략과 제품 강점은 무엇인가.

▲쿠첸은 프리미엄 주방가전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왔고, 향후 전략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2010년 LX 밥솥 제품(일명 '효리밥솥', '명품철정 밥솥')을 출시한 이후 줄곧 IH 프리미엄 밥솥 시장을 선도했다. 2016년부터 IH열원기술에 미세 온도제어 센서를 접목한 IR밥솥을 선보였고, 올해는 IH열원기술에 모터 기술을 접목한 멀티쿠커 '플렉스쿡(FlexCuc)'을 출시했다.

현재 국내 멀티쿠커 시장에는 가격이 저렴한 제품들이 주로 출시돼 있으며 단순 구이용 혹은 볶음용 제품이 대부분이다.

반면 플렉스쿡은 22단계로 세분화된 모터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당사의 전문 셰프 3명을 투입해 총 220개 전문 요리 레시피를 개발한 후, 이 중 선호도가 높은 120개 요리 레시피를 내장해 자동 조리할 수 있도록 했다.

쿠첸은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외부 환경변화, 내부 체질개선 등으로 힘든 터널을 지나왔다. 이제 플렉스쿡을 중심으로 재도약, 주방 조리가전 문화를 선도할 것이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박재순 쿠첸 대표 "하는 요리서 보는 요리, '플렉스쿡'으로 조리가전 문화 선도"

-쿠첸이 추진하는 신사업을 소개한다면.

▲'외식의 집밥화, 집밥의 미식화' 추세다. 글로벌·파인 다이닝 요리를 집에서 즐기는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집쿡'이 늘어나면서 주방 가전의 역할이 재조명 받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플렉스쿡은 쿠첸만의 기술력으로 '집밥'의 패러다임을 바꿀 제품이다. 요린이(요리 초보)도 '하는·먹는·보는' 요리의 모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바꿔갈 계획이다.

플렉스쿡을 론칭한 7월 말부터 브랜드 사이트, 유튜브, 인스타그램 채널 오픈 등 공격적 디지털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브랜드 사이트에는 제품 스토리, 시그니처 레시피, 제품 활용 팁까지 담은 가이드 동영상 등 다양한 경험 콘텐츠는 물론 셰프와 함께 플렉스쿡을 체험하는 쿠킹클래스 신청 등 고객과의 소통의 창구로 활용된다.

향후에는 고객이 직접 사용 팁을 올리고 레시피를 공유하는 플랫폼도 개발, 브랜드 사이트를 플렉스쿡 사용자들의 커뮤니티로 만들 계획이다.

최근 식기세척기, 건조기, 로봇청소기 등 3가지 가전이 삼신(三新)가전으로 떠오르는데, 가사노동을 줄여주기 때문에 삼신(三神) 가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플렉스쿡이 뒤를 이을 사신(四新, 四神) 제품이다. 기존 삼신이 가사노동을 덜어주는 편리에 가치를 뒀다면, 플렉스쿡은 '편리+즐거움' 모두에 방점을 찍는 가전이다.

향후 주방은 요리하는 공간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생활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에 맞춰 쿠첸은 플렉스쿡 브랜드로 미래 주방가전을 선도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을 탑재해 플렉스쿡을 스마트한 프리미엄 전문 조리기기 브랜드로 육성하겠다. 다양한 고부가가치 주방가전을 통해 쿠첸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에 오래 근무했는데, 삼성과 쿠첸의 기업 문화나 분위기 등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대기업은 규모와 제품군이 매우 다양하며, 수십 년간의 축적된 기술 및 경험, 데이터, 인적자원 등이 풍부해 사업을 전개하는데 있어 제약이 크지 않다.

중견기업은 이런 부분에 제약이 있지만, 신속한 의사결정과 집행이 가능하다. 즉각적 피드백과 개선도 이뤄진다.

물론 이외에도 기업문화과 철학, 성격 등 많은 것이 다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신제품 개발의 성패를 견뎌낼 수 있는 체급 차이가 가장 크게 느껴진다. 대기업은 1~2개 제품의 실패가 회사의 명운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중견기업은 다르다. 그만큼 CEO로서의 의사결정이나 전략수립에 부담이 크다. 움직임이 가벼운 만큼 매우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지만 결코 가볍게 움직일 수 없다.

다행히 임직원들 모두가 다시금 성장과 이익 증진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로 가득해 큰 힘이 된다.

-국내 중견 가전업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의견은.

▲업계의 길을 제시할 위치는 아니지만, 쿠첸 입장에 비춰 얘기하면 획기적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까지 대형가전에 비해 소형가전은 글로벌 성공사례가 거의 없다. 소형가전 중 고가 제품은 유럽과 일본이, 저가 제품은 중국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쿠첸과 같은 중견 가전업체들은 아직 70% 이상을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대형 가전업체들의 사례를 보면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 진출해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쿠첸은 압력기술, IH열원기술, 온도제어 기술, 모터기술까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 모든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 플렉스쿡이다. 이를 필두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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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영향은 어땠나.

▲연초 코로나19의 1차 확산기에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극복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아직도 코로나19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는 물론 우리나라도 2차 확산에서 자유롭지 않다.

상반기에 쿠첸은 연초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다소 선방했다고 생각하지만, 전년대비 성장은 이뤄내지 못했다. 해외시장 재정비와 확대 계획은 제대로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식문화 변화 추세를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으며, 이를 계기로 플렉스쿡 출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최근 우리나라 식문화는 외식 횟수가 감소하고 밀키트와 같은 간편 조리 제품들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집에서 하는 요리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쿠첸의 플렉스쿡은 이런 가정 내 간편 조리에 특화된 제품으로 당사 주력 품목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올해와 내년 계획은 무엇인가.

▲올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앞으로 발생될 또 다른 많은 사업적 돌발변수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해야 하는 시기다. 전방위적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어떤 환경 변화에도 건실하게 성장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체계를 확립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올해 출시한 플렉스쿡을 필두로 밥솥 시장을 탈피해 종합 프리미엄 주방가전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고자 한다. 그동안 부족했던 마케팅 측면의 혁신적 변화를 추진하고, 더 고객 친화적이고 기술과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앞으로의 포부는.

▲쿠첸은 종합 프리미엄 주방가전업체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열원기술, 온도제어 기술, 모터기술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소비자들에게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향후 인공지능 기반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조리 가전으로의 확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가정 내 조리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취향을 분석해 식단 추천, 장보기 등 소비자들의 편익을 월등히 개선시킬 수 있는 제품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업 기회를 포착해 여러가지 신사업을 검토 중이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내실있게 준비하느라 다소 지연되고 있다. 1차적으로 플렉스쿡을 성공시킨 후 매년 메가 히트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궁극적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글로벌 제품을 선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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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순 쿠첸 대표는

박재순 대표는 1960년생이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생활가전과 TV분야에서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캐나다 법인장과 미국 소비자가전 부문장,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 팀장 등을 거쳤다.

삼성전자 미국 판매법인에 있을 때는 북미 TV 시장에서 삼성 제품을 1위에 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총괄을 맡았을 때는 3년 연속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후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법인장으로 부임했다.

쿠첸에는 올해 1월 대표로 합류했다. 박 대표의 전자 사업 분야 전문성, 다양한 해외시장 경험과 폭넓은 네트워크 등은 쿠첸이 추진하는 신사업과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