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2200만명을 넘어섰다. 일주일 만에 200만명이 늘어나는 등 확산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베트남 등 코로나19 통제 모범 국가에서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가 긴장한다.
각국은 코로나19 종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근본 해결책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린다. 이미 일부 국가 기업이 백신 개발에 성과를 나타내며 연내 백신 개발 기대감을 높인다. 우리나라도 영장류 감염모델 실험에서 치료제·백신 후보물질 효능을 확인하는 등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미·중·러, 백신 개발 전쟁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후보군은 최소 150여개다. 임상시험 단계까지 이른 백신 후보는 20여개다. 이 가운데 미국과 중국 주요 기업이 보다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 3상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의약품 시판 전 최종 관문인 3상 시험에 진입하며 사실상 백신 개발 막바지 단계에 도달했다고 평가받는다.
미국은 모더나와 화이자가 지난달 말 동시에 3상 시험에 착수하며 연내 백신 공급에 한 발짝 다가섰다. 모더나는 현재 미국 내 100개 장소에서 3만명 참가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mRNA-1273' 3상 시험을 진행한다. 앞서 모더나는 임상 1상 시험 결과 건강한 성인 참가자 45명 전원에 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3상 임상 결과가 11월께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경우 내년부터 연 5억회∼최대 10억회 투여분까지 백신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도 미국 39개주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에서 3만명을 대상으로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손잡고 백신 후보물질 BNT162 임상 시험에 돌입했다. 화이자는 3상 시험이 성공하면 빠르면 10월께 미 보건당국 승인을 거쳐 연내 5000만명 분량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 13억회 분량 백신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국은 바이오 제약사 중국의약집단(시노팜)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3상 시험을 시행 중이다. 시노팜은 3상 시험 후 중국 규제당국 최종 승인을 거쳐 12월 말 공급을 계획한다. 베이징 생품제품 연구소에서 연간 1억2000만회, 우한 생품제품 연구소에서 연간 1억회분 백신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대학 연구진과 함께 6월 3상 시험에 착수했다. 지난달 3상 시험을 시작한 모더나, 화이자보다 한 달 먼저 진행했다. 3상 시험 결과가 좋을 경우 빠르면 10월부터 백신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연합(EU)은 아스트라제네카가 가장 먼저 백신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최근 4억 도스 확보 계약을 체결했다.
미·중·유럽이 3상 시험 막바지에 집중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지난주 세계 정부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하면서 깜짝 주목받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1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등록됐다”면서 “러시아가 백신 개발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밝혔다. 백신 명칭은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 1957년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이름 '스푸트니크'를 따 '스푸트니크 V'로 이름 지었다. 그러나 이 백신은 3상 시험을 거치지 않은채 등록돼 백신 효능과 안정성에 우려가 제기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브리핑에서 “백신 개발에 필요한 모든 연구·개발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러시아가 개발했다고 발표한 백신 안정성, 안전성에 대한 기본 데이터가 확보돼야 국내에 도입해 접종할지 기초 판단을 할 수 있다”며 현재로선 도입 가능성이 적다는 뜻을 내비쳤다.
◇속도 붙는 치료제 개발
아직 코로나19 표적치료제는 없다. 각국 정부와 기업은 백신만큼이나 치료제 개발에도 치열하게 경쟁한다.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으로 주목받는 약물은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렘데시비르'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했다. 올해 초 미국 확진자 대상 투여했다가 하루 만에 상태가 호전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4월 코로나19 중증 이원 환자에 렘데시비르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정부도 5월 렘데시비르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6월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D)는 3상 시험에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복제를 막고 회복기간을 단축한다는 예비 연구 결과를 밝혔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렘데시비르를 '베클루리'라는 신약 브랜드로 사용하도록 FDA에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코로나19 초기였던 3월에는 인간면역력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칼레트라'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로클로로퀸'이 주요 치료제로 지목됐다. 그러나 최근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입증하는데 실패하면서 치료제 후보군에서 멀어졌다.
우리나라도 최근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동물 실험에 성공했다. 연구원은 생물안전전임상(영장류 감염모델실험)에서 A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을 투여, 24시간 뒤 활동성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타인에게 코로나19를 옮기는 감염 능력이 사라진 것이다. B DNA 백신 투여군에서도 감염 뒤 대조군과 달리 발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바이러스 주입 48시간 이후부터 바이러스 주요 감염경로인 상부 기도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실험동물로 주목받는 햄스터 모델동물 실험 플랫폼 구축을 끝내고 산학연 지원을 준비한다. 신뢰할만한 전임상 인프라를 지원해 국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약물 대신 코로나19 완치자에게 공여받은 혈장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진행 중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진이 코로나19 확진자 3만5000명에게 완치자로부터 받은 혈장을 처방한 결과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혈장치료제는 언제 어떻게 투여할지를 놓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오르티고사 뉴욕대 교수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 항체 수가 일정하지 않고 측정하기 어렵다”면서 “혈장치료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