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코로나19와 AI

1665년 흑사병으로 영국에서만 1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당시 아이작 뉴턴이 있던 케임브리지시는 예방 차원에서 임시휴교령을 내렸다. 뉴턴은 고향 울즈소프로 돌아왔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2년을 보낸 20대 초반의 뉴턴은 인류의 과학사에 매우 중요한 발견을 이룬다. 관성 법칙, 힘과 가속도 법칙, 작용 반작용 법칙 등의 기본 원리는 모두 휴교령 때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구상한 것들이라고 한다.

[데스크라인]코로나19와 AI

1999년 12월 밀레니엄버그(Y2K) 문제로 세계가 시끄러웠다. 모두 컴퓨터가 서기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발생하는 프로그램 가동 중단 문제를 우려했다. 예상과 달리 아무런 문제 없이 세계는 2000년 새해를 맞았다. Y2K 문제는 가져온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소동은 정보기술(IT)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이 문제가 거론되자 미국 IT 기업은 영어 소통이 가능한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가 필요해졌다. 인도인에 대한 고용 비자가 확대됐고, 인도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실리콘밸리에 진출했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은 데이터센터나 지사를 두고 SW 인력을 수급하기도 했다. 젊은이들이 창업의 길에 나선 계기도 Y2K 소동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응에 여념이 없다. 동시에 우리 모두는 인공지능(AI)이라는 화두에 직면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AI를 언급하지 않는 곳이 없다. 의사와 무관하게 우리 모두는 AI 시대 한가운데로 떠밀려간다. 정부가 드라이브하는 디지털 뉴딜 핵심 어젠다 역시 AI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사태를 가장 먼저 예측한 곳은 캐나다의 AI 의료 플랫폼 업체 '블루닷'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AI가 함께 거론되는 것이 우연일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장 경쟁 규칙은 완전히 바뀌었다. 가치 창출과 경쟁력 원천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자본, 노동, 기술로 대변되는 생산의 3대 요소 개념도 흐릿해졌다. 비대면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일하는 방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시장 대변혁의 진앙에는 데이터를 학습해서 문제를 예측하고 결과를 제시하는 AI가 있다. 기업에서 AI는 예측, 통찰, 선택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 AI를 활용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력 채용 전면에까지 AI를 내세우는 상황이다. 아직 인간의 논리적 사고를 흉내 내거나 인간의 역량과 비슷한 '강한 AI'는 없다. 그러나 '약한 AI'만으로도 컴퓨터 시스템은 비즈니스와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AI 역할도 커지는 느낌이다.

코로나19 이전에 우리는 바쁜 일상에 쫓기면서 살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인 지금 시간을 두고 검토하지 못한 부분을 고민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과 다가올 미래를 대비할 계획도 마련한다. 이런 우리 곁에 AI가 있고, 대화를 나눈다.

코로나19 사태가 AI 시대를 몰고 왔다고 얘기하긴 어렵다. 연결고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재난과 싸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또 다른 미래를 찾았고, 이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를 완전히 극복하는 그날에는 더 친숙하고 똑똑한 AI를 마주하게 될 것 같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