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유난히 덥던 기억을 장마 때문에 잠시 잊고 있다가 최근 폭염으로 되새기게 됐다. 전 세계로도 관측 사상 가장 더운 5월이었고, 지난 10년 동안 가장 더운 6년이 포함돼 있다는 기록도 있다. 6월 평균기온이 13도인 시베리아가 한때 38도를 기록했고, 중국 홍수로 우리나라 인구만큼의 수재민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한반도에 역대 최장기인 54일의 장마가 찾아오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폭염과 홍수 등 예상 밖의 이상기후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의 주원인인 탄소를 감축해야 한다. 이 일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먼저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에 유엔 주도 아래 '탄소 배출 제로화'라는 캠페인이 출범했다. 약 1000개 글로벌 기업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화하는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탄소중립은 우선 회사가 최대한 감축해 보고 부득이하게 배출되는 부분은 나무심기 등으로 상쇄하겠다는 선언이다. 코로나19 경제위기 와중에 탄소중립을 집단으로 선언한 이유는 이를 지속 가능 경영의 필수로 여긴다는 반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1월 오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보다 더한 감축'을 달성하고, 2050년까지 이 회사가 1975년 설립된 이래 배출한 탄소를 모두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MS는 이를 위해 10억달러 혁신펀드를 조성해 탄소 감축·제거·저장 등 관련 기술 개발에 들어간다. 지난해 9월 탄소중립을 약속한 아마존도 올해 초 20억달러 규모의 벤처캐피털 조성을 선언했다.
에너지기업은 포트폴리오 변경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의 한국전력공사로 불리는 도미니온에너지는 현지에서 두 번째로 큰 태양광발전소 소유자가 되려 하고, 원전 3기에 해당하는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현재 판매 전력의 절반은 무탄소다. 2035년까지 70%로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1970년에 설립된 덴마크 대표 석유회사 외르스테드의 변신은 더 드라마틱하다. 다른 석유회사와 달리 해상풍력에 집중한 결과 지금 전체 매출의 85%가 재생에너지에서 나온다. 2019년 초 대비 1년 만에 외르스테드 주가가 100% 오른 이유다.
경계 확대로 상생을 도모하기도 한다. 글로벌 유통업체 월마트의 경우 '기가톤 프로젝트'를 지난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전략 경계를 확대, 공급망에서 2030까지 10억톤의 탄소 감축이 목표다. 에너지, 폐기물, 포장, 제품설계, 재생산농업, 산림관리로 대별해서 배출 감축이 계산되고 검증되도록 한 결과 지금까지 약 2억4000만톤을 감축했다. 공급업체도 원가 절감 등 효과에 만족하고 있어 그야말로 상생이다. 애플도 지난달 21일 이미 달성한 자사의 탄소중립은 물론 2030년까지 공급망과 모든 기기로 경계를 확대할 것을 선언했다. 이는 유엔 권고안인 2050년 탄소중립 목표보다 20년 빠른 것이다.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은 정책을 기다리지 말고 선도해야 경쟁력이 생긴다. 우리나라 기업도 역량에 맞게 대응하되 반박자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지난 5월 세계 2600개 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기후변화 대응 포함 지속 가능성 관련 요구를 가장 많이 하는 기업의 이해관계자 1위가 고객사 및 투자자로 조사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사나 투자자의 기후대응 요구는 국경을 가리지 않고 강력해지고 있다. 어차피 우리 기업이 바이어나 주주로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후변화 대응 요구를 강력하게 받을 거라면 이러한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반박자 빨리 대비하는 효율이 더 크다.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는 홍수와 폭염에 대한 완화 노력이기도 하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sungwoo.kim@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