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과학기술과 사회 소통은 대중에게 과학기술을 알리는 과학대중화에 치우쳐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시민을 한 방향으로 가르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면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시각으로 변화하게 됐고, 더 나아가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국민이 과학기술 연구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두됐다.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R&D), 리빙랩 등의 사업이 시도되는 배경이다. 이런 움직임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지역 단위 과학기술 연구 모임 등의 소통 활동을 지원할 인프라와 촉진 주체가 필요하다.
주요 과학기술 선진국은 과학기술과 사회 소통을 위해 오래전부터 지역사회 중심으로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에는 시작된 지 30년이 넘은 '에든버러 과학축제'가 있다. 세계 15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이 축제는 에든버러 지역주민과 과학자들이 뜻을 모아 개최했다.
프랑스에는 지역사회의 과학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과학기술산업문화센터가 전국에 50여개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청소년과학탐구반 지원, 학교밖 생활과학교실 보급 등 지역 기반의 과학문화사업이 정부에 의해 시작됐다. 부족한 과학기술문화 인프라 확충을 위해 5개 국립과학관 및 지역별 소규모 테마과학관 건립 등 과학기술문화 인프라 확충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빠른 사회 변화와 지방자치 발전으로 정책 환경이 변화하는 와중에도 과학기술문화 정책에서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문화의 핵심 인프라인 과학관은 전국 시·군·구 기준으로 보면 29%만 보유하고 있다. 미술관 35%, 박물관 85%에 비하면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별 인구수 대비 과학관 관람객수 비율도 지역 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 지역 간 균형 있는 과학문화 확산이라는 관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수립한 '제3차 과학기술문화 기본계획(2020~2025)'에서는 지역 중심 과학문화 활성화를 주요 추진 방향으로 정하고 전문과학관, 어린이 체험공간, 과학문화 지역거점센터 등 인프라 조성 및 과학문화 민간단체·동호회 지원, 과학문화도시 육성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문과학관은 지역 간의 고른 과학문화 인프라 확충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특정 주제나 전문 분야 중심의 중형 전문과학관으로 건립할 예정이다. 올해 첫 시작으로 지역 공모를 거쳐 강원 원주시를 건립 지역으로 선정, 2023년까지 생명·의료 분야 전문과학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또 어린이가 과학 원리를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놀이형 과학 체험 공간을 전국에 확산하기로 하고 올해 5곳을 선정, 구축에 들어갔다.
과학문화 지역거점센터는 광역지자체별 과학문화정책 수립 지원, 지역의 과학문화 활동 주체 발굴·연계 및 주민 대상 과학문화 프로그램 운영 등 지역 과학문화 중심으로 육성한다. 올해 4곳에서 단계별로 17개 광역 시·도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지방 중소도시를 대상으로 하여 지역 특색에 맞는 과학축제 및 시민 참여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주민의 과학문화 체감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매년 1개의 '과학문화도시'를 선정·지원한다. 올해는 대전 유성구가 선정된 가운데 지역의 다양한 연구기관과 주민단체 등이 주도하는 과학캠프, 주민 참여 프로그램, 과학축제 등이 다채롭게 펼쳐질 계획이다.
앞으로 이와 같은 지역 현장 맞춤형 과학문화 사업이 순조롭게 정착됨으로써 전국 어디에서나 과학기술을 친근하게 즐기는 환경이 갖춰져서 전 국민의 과학기술 소양이 증진되고 과학기술이 국민의 삶 전반에 기여하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jubys@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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