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디어 시장의 스타는 단연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이슈 한가운데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덕분에(?) 한없이 초라한 장본인은 국내업체다. 이 때문일까. 정부와 산업계 모두 '타도 넷플릭스'를 기치로 두 팔을 걷어붙였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산업계와 만나 'OTT활성화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업체끼리 싸우는 상황에서 해외서비스와 경쟁하기 어렵다”며 “독자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국내사업자끼리 제휴와 협력을 대놓고 주문한 것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해외무대에서 통할 국내 플랫폼 육성을 골자로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미디어시장 규모를 10조원대로 키우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 5개를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세부 방법론에는 의견이 갈리지만 대체로 산업계도 화답하는 분위기다. 민관합동으로 대규모 펀드와 합작 플랫폼을 구축해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에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사면초가에 몰린 미디어 현실을 감안하면 뒤늦은 감마저 있다. 케이블TV가 주도했던 유료방송시장은 인수합병 회오리가 불면서 폭풍전야 직전이다. IPTV사업자가 바통을 이어받을 기세지만 아직은 속 빈 강정이다. 콘텐츠 시장을 주도했던 지상파TV는 수년 동안 적자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차세대 미디어로 불리는 OTT시장에서 존재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SK텔레콤과 지상파TV가 주도한 '웨이브'가 기대를 모았지만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누적가입자는 1000만명에 육박하지만 정작 이용자는 줄고 있다. 웨이브를 대신해 '티빙'이나 '시즌' 등이 성장한다지만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조족지혈이다. 딜라이브를 시작으로 LG유플러스 다시 KT까지 '네플릭스 동맹'만 더욱 확고해지는 상황이다. '토종 OTT'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는 분석이 결코 빈말이 아니다.
그래서 전략과 방향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연대든, 동맹이든, 각자도생이든 모두 방법론일 뿐이다. 결국 미디어를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OTT는 플랫폼일 뿐이다. 플랫폼은 시대에 따라 혹은 시장과 수요에 따라 바뀌고 진화한다. 플랫폼에 방점이 찍히면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미디어는 '콘텐츠'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넷플릭스를 보자. 넷플릭스가 플랫폼이어서 미디어 강자로 부상했을까. 초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결국 콘텐츠 때문에 성공스토리가 가능했다. 2016년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값싼 유료방송에 익숙한 소비자가 따로 돈을 낸다는 자체부터 저항감이 컸다. '미드' 극성팬이 있었지만 여전히 해외 콘텐츠는 관심 밖이었다. 이 때 선택한 전략이 과감한 콘텐츠 투자였다. 그것도 통 크게 밀어 붙였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578억원을 투자를 시작으로 '킹덤'에 120억원, '미스터 션샤인'에 280억원 등 3년간 콘텐츠에만 1500억원을 쏟아 부었다. 국내 제작 상황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였다.
플랫폼 경쟁은 이미 끝났다. 지금 강자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굳이 목표로 삼을 필요도 없다. 제대로 활용하는 전략이 오히려 현명하다. 플랫폼은 항상 콘텐츠에 목말라 있다. 최종 미디어 승부처는 결국 콘텐츠다. '콘텐츠가 왕'인 시대가 왔다. 플랫폼 목줄을 쥘 수 있는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과감한 콘텐츠 전략이 아쉽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