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속도이론'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창출하거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혁신 속도가 중요함을 주장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연구개발에서 사업화까지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혁신 주체만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생존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와 하이디 토플러도 혁신 가속화가 뉴노멀인 세계에서 규모의 경제가 속도의 경제로 전환된다고 했다.
유럽연합은 이러한 속자생존(速者生存) 혁신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와 혁신활동을 동시에 추진한다. 연구기관과 산업체와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 공공기관 연구와 혁신 질을 향상시키는 발전전략을 꾀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중대 프로젝트 안정적 추진과 시장지향성 신형 R&D기관 육성을 함께 도모해 기술개발과 상업화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급속 상용화전략'을 제시했다.
한국 과학기술혁신은 수요자 요구 반영이 미흡하고, 논문·특허 등 정량 중심 평가와 실험실만 맴도는 연구성과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앞으로 우리의 공공기술 사업화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할 것인가?
첫째, 연구계와 산업계의 혁신 간극을 최대한 좁히고 이를 통해 연구기술 개발이 시장으로 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현재 공공기술은 약 92%가 중소기업으로 이전되는데, 중소기업 경우 사업성이나 기술흡수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산학연 협력을 통한 혁신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기존 선형혁신모델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산-학-연이 '이어달리기 체계'로 혁신을 이루는 것이 아닌 혁신주체가 연구개발 초기단계부터 상용화까지 함께 달리는 혁신체계로 그 모델을 전환해야 한다. 3·4중 나선모델이 그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존 혁신체계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혁신 주체들이 지식의 창출에서 활용까지 함께하는 '코 크리에이션(Co-creation)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일본은 과학기술기본계획(2020~2025년)을 통해 산학관 협력체계를 기존 응용연구단계보다 앞당겨 기초연구단계에서부터 시작하는 전주기적 산학관 협력을 정책방향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둘째, 함께 달리는 기술사업화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기업 자체 기술개발보다 외부 기술 활용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폐쇄적 기업문화로 자체 기술개발 비중(84.5%)이 외부기술 활용에 비해 월등히 높고,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에 유입되는 기업 산학협력 연구비가 축소되는 상황은 닫힌 혁신체계를 가속화할 뿐이다. 우리나라 세금제도가 자체기술개발을 외부기술도입보다 우대하는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부 기술취득 관련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하고 과세특례 대상을 전체 기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논문·특허 중심 현행 평가체계에서는 기술검증, 기술실증 수행이 쉽지 않다. 따라서 과학기술계 평가체계에서 기술검증과 기술실증 수행에 대해 가점을 부여하고 기술료 보상조건도 차별화해 우대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툴라 테에리 핀란드 알토대 총장은 지난 2016년 한국을 방문해 “연구개발 결과인 기술과 지식을 기업에 이전한다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 과학자와 기업이 서로 배우며 지식을 공동 창출하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해결로 남아 있는 공공R&D 사업화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술사업단장 chchoi@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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