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는 잇달아 대북 인도 지원 사업을 승인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장애인농업재활시설 대북 지원을 위한 '국제푸른나무'의 온실 관련 물품 지원을 허가했다. 7월엔 코로나19 방역물자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진단장비 반입을 위한 '남북경제협력연구소'의 제재 면제 신청을 두 차례 받아들였다. 이달 초엔 경기도의 온실건설 대북 지원 사업에 대한 제재의 면제를 승인했다. 이달 13일에도 대북 인도 지원 단체 '어린이 의약품 지원본부'가 신청한 구강보건대북지원사업을 승인했다.
우리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해 대북 인도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제316차 남북교류 협력추진협의회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1000만달러(약 119억원) 규모의 대북 인도 지원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WFP를 통한 정부의 대북 인도 지원은 2014년 700만달러, 2015년 210만달러, 2019년 450만달러에 이어 네 번째다.
특히 정부는 6일 코로나19 관련 대북 마스크 지원을 첫 승인했다. 승인 물품은 총 3억원 상당이다. 정부는 이번 반출 승인 외에도 이보다 앞서 코로나19 관련 물품 반출을 승인해 왔다. 3월 1억원 상당의 소독제, 4월 2억원 규모의 방호복 2만벌, 7월에는 8억원 규모의 방역 물자와 열화상 카메라 20대 등 대북 반출을 승인했다.
유엔과 우리 정부가 대북 인도 지원에 나선 것은 인도주의 실천에 근거한다. 사전 의미로 인도주의는 사람의 평등한 인격과 존엄성을 기본으로 하고, 인간애에 바탕을 둔 인류 전체의 복지를 추구한다. 한마디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인도주의는 사랑이고, 인도주의 실천은 사랑의 실천인 셈이다. 단군 신화는 일찍이 '홍익인간', 즉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고 계시했다. 성경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설파했다. 논어는 '인자애인', 즉 인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갈파했다.
대북 인도 지원의 관건은 지속 실천의 환경 조성에 있다. 이를 위해 국제 사회와 우리는 대북 지원을 둘러싼 반인도주의 시각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인도주의에 입각한 대북 지원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북한 정권의 압제 속에서 고통받고 신음하면서 마지못해 살고 있는 일반 주민들을 눈 감고 모르는 채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이 붕괴될 수만 있다면, 우리의 대북 적대로 북한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면, 경제난에 지친 북한 주민들이 정권을 교체할 수만 있다면 다행이다. 아니면 북한 군부가 과거 우리나라처럼 쿠테타로 국가 전복을 현실화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희망을 바탕으로 우리는 북한과 적대 및 대결로 나설지, 화해 및 협력으로 나아갈지 고민을 이제 끝내야 한다.
다만 후자의 길이 좀 더 현실에 부합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남북평화 공존과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좀 더 인도주의에 부합한다. 남북 문제 해결을 특정 정파의 전유물로 봐서는 곤란하다. 모든 정파는 분단을 영속하는 대결 정책을 내려놓고 남북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해 초당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
성경에서 평화의 뜻을 나타내는 샬롬의 어원은 '온전함'과 '대가를 지불하다'이다. 우리는 인도 지원과 교류 확대를 통해 평화 공존, 종전 선언 조치를 발전·추진하는 등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다음 세대에 통일된 나라로 이어 주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윤황 충남연구원장 younh@cn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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