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교육부가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전면 원격수업 전환을 결정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교육당국의 결정에 공감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는 이해하지만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 격차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에듀테크 업계는 임시방편으로 갑작스레 시작된 1학기 원격수업과 비슷한 수준의 일방적인 수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공지능(AI) 등 민간 분야에서 적용한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미래형 수업 체계를 갖추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면 원격수업…우려되는 학습격차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교, 특수학교는 고3을 제외하고 26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등교수업을 하지 않고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 전면 원격수업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때 적용되는 조치다. 교육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도 수도권에서 전면 원격수업을 실시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등교 수업을 중단한 학교는 전국적으로 2000여곳에 달한다. 5월 말 순차적 등교가 추진된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원격수업 시행 결정에 학부모와 학생은 벌어지는 학습 격차를 우려한다. 1학기에 이뤄진 대부분 원격 수업은 양방향이 아니었다. 교사가 녹화한 영상을 학생이 지켜보는 수준의 수업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1학기에 양방향 실시간 수업을 진행한 학교는 10% 내외에 불과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초등학교 2학년, 유치원생을 둔 학부모는 “아이가 교사와의 교류가 없으면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해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수준의 원격수업이 반복된다면 아이들 간의 학습 격차가 커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습격차 발생 최소화를 위해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원격 수업 이외 추가로 대면지도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양방향 원격 수업을 확대하는 등 원격 수업을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등교·원격 수업 병행에 활용할 수 있는 질 높은 콘텐츠 확충을 지원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학생과 학부모가 우려하는 학습 격차 문제를 최소화할 계획이지만 실효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의 2학기 원격수업 방향은 지난 1학기 이뤄졌던 큰 틀에서 바뀐 것이 없다. 2학기 원격 수업은 EBS온라인클래스, e학습터 등 정부의 공공서비스 위주로 운영된다. 일률적인 수업은 가능하지만 학생 맞춤형 수업은 이뤄지기 어렵다.
◇에듀테크업계 “변함없는 정부 정책, 아쉽다”
앞서 상반기에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예상됐지만 민간의 다양한 에듀테크 서비스가 2학기 공교육에 사용될 수 있는 정부 정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산업계는 아쉬움을 표했다. 공공 교육 서비스만으로는 원격 수업을 고도화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공교육에서 보안 등의 이유로 민간 에듀테크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과거 원격 수업 경험이 많지 않은 학교가 민간 에듀테크 도입 없이 고도화된 원격 수업을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지적이 나온다.
에듀테크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민간 기업에서는 AI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내놓고 있다”며 “정부가 산업계와 2학기 원격 수업 대책을 함께 고민했다면 훨씬 나은 민간의 기술이 반영된 원격 교육이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에듀테크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는 2학기를 대비한 에듀테크 산업 활성화 대책이 없다. 한국판 뉴딜에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활용해 맞춤형 학습 콘텐츠 제공이 가능한 '온라인 교육 통합 플랫폼' 구축 계획이 담겼지만 정보화전략계획(ISP) 마련에만 8개월이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에듀테크 업계는 서비스 상용화까지는 사실상 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에듀테크 관련 뉴딜 정책 또한 인프라 확충에 집중돼 콘텐츠, 솔루션 등 전반적인 생태계를 키우기엔 부족하다. 업계가 요구한 '에듀테크 공교육 활용 시범 사업'이나 학교가 에듀테크 구매권을 가질 수 있는 '바우처 사업'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광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이사는 “1학기는 임시방편으로 원격 수업을 시작했지만 2학기 원격 수업에서는 학교나 교사로부터 더 많은 요구사항이 나올 것”이라면서 “공공서비스로 이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민간 기업 서비스를 활용해야 새로운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정부는 에듀테크산업 적극 육성
영국 정부는 에듀테크 산업을 육성해 공교육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영국은 매년 1조원 이상을 교육 관련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2015년에는 에듀테크 영역에서 영국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새로운 기관 '에듀테크UK'를 설립했다. 영국 정부는 신기술을 활용해 교사 업무 부담을 줄이고 교육 접근성을 높이는 에듀테크 지원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에듀테크를 교실뿐 아니라 행정 업무에도 적용시켜 에듀테크 기업 서비스가 다양한 시장에 쓰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교사가 에듀테크 서비스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에듀테크 플랫폼 '렌드에드(LendED)'를 지원한다. 영국교육산업협회(BESA)는 교사가 에듀테크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기 전 먼저 체험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렌드에드를 운영 중이다. 교사는 렌드에드에서 사용자 리뷰를 읽거나 에듀테크 서비스를 무료로 일부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업에 필요한 에듀테크 서비스를 손쉽게 선택할 수 있다. 현재 월 1200명 이상이 사용한다. 매주 방문 횟수가 증가하는 등 성공한 에듀테크 모델로 평가받는다.
산업 발전은 교육 발전과 맞닿아있다. 영국 블랙풀에 있는 하이퍼롱 특수학교(Highfurlong Special School)는 복잡한 요구를 가진 특수학생들이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조 기술도구를 사용한다. 간단한 스위치에서 시선 추적 기술, 학생 통제 감각실에 이르기까지 학생이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도입으로 교육도 함께 발전한 사례다.
영국 볼턴 대학은 IBM 인공지능 왓슨을 사용하여 1만1000명 이상 학생들에게 정보, 조언, 안내 요청을 전달하는 가상 비서 '에이다(Ada)'를 개발했다. 에이다는 다양한 IT 시스템에 등록된 학생과 커리큘럼 콘텐츠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뿐만 아니라 일반 대학에서 문의한 2500개 이상 질문에 응답할 수 있다. 교직원들은 관리 업무와 정규시간 이외에 소요되는 많은 시간을 절약하고, 학생은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받는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