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국내 클라우드 게임, 왜 개화를 못하나

PC·콘솔 마니아에 철 지난 대작으로 어필
엔딩 본 게임들 다시 켤 매력 떨어져
격투·AOS 등 미세한 지연에도 민감
소유 못하고 독점작 없는 것도 단점

이동 통신사가 전면에 내세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두고 제공자와 이용자 온도 차가 심하다. 이동통신사는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을 기반으로 이용자를 끌어 모을 킬러 콘텐츠라 판단하고 있다. 누적 가입자 100만명을 공언한다. 반면 국내 게이머와 게임사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생태계 락인 효과를 기대하는 통신사

클라우드 게이밍은 별도 콘솔 게임기와 개인용 컴퓨터(PC)를 보유하지 않아도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해 최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서비스다. 게임에 필요한 연산을 보유한 기기에서 직접 하지 않고 클라우드 서버에서 한다. 때문에 기기 성능과 상관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5G의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성과 결합해 쾌적한 게임 환경을 제공한다. 통신사는 자사 망을 계속 이용하게 하는 락인 효과를 기대한다.

국내 이통 3사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 이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결합한 5G 특화 실감 콘텐츠 서비스를 공개해왔다. 하지만 실감콘텐츠 깊이와 질이 낮아 큰 반향은 없었다. 이미 게임이나 영상 어트렉션 분야에서 제공되던 콘텐츠 수준에 그쳤다. 이용자를 모으기 위한 킬러콘텐츠로는 부족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업계는 게임으로 시선을 돌렸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MS) 콘솔 엑스박스와 협업을 통해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을 선보인다. 시범 서비스 단계에서부터 협업을 통해 국내 게임 마케팅, 고객 서비스, 네트워크 운영 전반에서 협력한다.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은 구독형 게임 서비스인 엑스박스 게임 패스 얼티밋에 포함돼 내달 15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한국은 서비스 국가 22개 국가 중 유일한 아시아 국가이다. 월 이용료는 1만6700원이다.

엑스박스 게임 패스 얼티밋은 경쟁사 대비 다양한 콘솔 독점작을 즉각 서비스하는 장점이 있다. 출시 단계에서는 '헤일로' 시리즈, '포르자' 시리즈를 비롯한 100여종 이상 게임을 제공한다. 클라우드 게임 기능을 활용하면 모바일 기기에서 게임 데이터를 연동해 플레이할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국내 서비스 협력에 더해 이용자 편의를 위해 엑스박스 정품 컨트롤러 결합형 부가 서비스도 준비한다.

KT는 유비투스와 협력해 독자 플랫폼 5G 클라우드 게임을 구축해 서비스한다. 자체 구축 플랫폼이라는 특징을 활용해 국내 인디 게임 시장에 새 판로를 열어준다.

게임박스는 '보더랜드3' 'NBA2K20' '마피아3'를 비롯해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마블 슈퍼히어로즈 등 워너브라더스 시리즈 등 주요 게임을 비롯해 100여 종을 확보했다. 스트리밍 이용료와 별도도 게임 구매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KT는 매월 10개 이상 게임을 업데이트, 연말까지 제공 게임 수를 2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인디게임협회와 제휴를 맺고 인디게임 생태계 확장에도 나선다.

KT게임박스는 AI 추천 기능을 탑재했다. 이용자 성별, 연령, 게임 플레이 이력, 게임 장르나 분위기 등을 분석해 게임을 추천한다. 이외 스마트폰에서 조작감을 개선하기 위해 100가지 이상 가상 패드를 제공한다. 전용 게임패드도 선보인다.

LG U+는 이달 24일 지포스 나우 서비스를 타 이통사 이용자에게도 개방했다. 지금까지는 유플러스5G, 유플러스인터넷 고객만 이용할 수 있었다. 가장 많은 게임을 제공한다. 스팀과 에픽스토어 연동을 지원한다. 올해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CD프로젝트레드 '사이버펑크2077'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슈분석]국내 클라우드 게임, 왜 개화를 못하나

◇게이머에게 외면 받는 라인업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이통사와 달리 게이머는 담담한 표정이다. 클라우드 게이밍 흥행 관건은 콘텐츠 수급이다. 어떤 게임을 확보하느냐가 서비스 기간과 직결된다. 이통 3사는 과거에도 제공 게임 때문에 4G 초기 스트리밍 게임에 뛰어들었지만 KT 위즈게임을 마지막으로 전부 철수한 상태다.

기존 실패를 답습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는 킬러콘텐츠로써 모바일 게임과 클라우드 게임이 어필하는 이용자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클라우드 게임은 콘솔, PC게임 기반이다. 진득하게 앉아 즐기는 플레이 경험을 제공한다. 대중보다는 코어 게이머가 선호한다. 외부에서 집중이 쉽지 않아 코어 게이머가 지연을 고려하며 플레이할 만큼의 이점이 없다.

집에서 즐기는 것도 구미를 자극하지 못한다. 이미 다 즐긴 철 지난 게임을 제공한다. 콘솔, PC게임을 즐기는 대부분 게이머는 가정에 게이밍 PC나 콘솔은 갖춰 즐긴다.

실제 SKT가 제공하는 헤일로시리즈는 엑스박스 독점작으로 엑스박스 하드웨어를 견인한 시리즈다. 엑스박스 진영에서 무게감이 닌텐도 마리오 시리즈에 비견된다. 이미 즐기고 싶은 사람은 엑스박스를 구매해 경험했다. 단일 콘솔인 관계로 즐기지 못한 이들도 굳이 구작을 현시점에서 즐길 필요가 없다.

새롭게 제공되는 다른 라인업도 모두 구작이다. '기어스 오브 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헬블레이드', '아우터월드', '스테이트 오브 디케이', '웨이스트랜드', '씨 오브 시브즈' 모두 게임성이 검증된 출시된 지 최소 1년 이상 된 게임이다.

KT 역시 마찬가지다. 자체 플랫폼으로 국내 특화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했지만 이용자를 끌어들일 만한 독점작이 부족하다. '보더랜드3'는 작년 출시돼 5일 만에 500만장이 팔린 게임이다. PC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타이틀로 이름을 남겼다. 이미 즐길 사람은 다 해봤다는 의미다. KT가 내세우는 '마피아3'나 워너 브라더스 게임도 상황은 비슷하다.

LG U+ 지포스 나우는 스퀘어 에닉스, 캡콤, 락스타 게임즈, 베데스다, 2K가 이탈하면서 구작 마저 숫자가 줄었다. 이달부터는 반다이 남코 요청으로 '다크소울' 시리즈, '철권7', '소울칼리버 6', '에이스 컴뱃7' 플레이가 막혔다. 다크소울과 철권7은 지포스 나우가 메인으로 내세운 핵심 게임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며 신작이 들어오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다지 메리트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해외 대작을 중심으로 얼마나 독점작을 확보하는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비스망 지연 문제도 있다. 프레임 단위로 승패가 판가름나는 1:1 대전 격투나 AOS 장르는 민감한 이용자가 불편함 느낄 수준이다.

서비스 접근성도 클라우드 게이밍 확산을 막는다. 클라우드 게이밍이 이통사 가입자 유치에 기반을 둔 사업이기 때문이다. LG U+ 경우 자사 LTE사용자는 물론이고 타사 이용자에게도 문호를 오래 열지 않았다.

게이머 소유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도 있다. 밸브 스팀을 통해 게임을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는 라이브러리를 모아가는 재미 때문이다. '스팀을 플레이 한다'란 말까지 있다. 클라우드 게이밍은 게이머가 게임을 소장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값비싼 한정판을 줄서서 구매하고 플레이용과 밀봉용을 따로 사는 콘솔, PC게이머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게임 업계관계자는 “모바일 게임과 콘솔게임 기반 차이점을 어떻게 이해하고 서비스하느냐가 국내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판도를 결정할 것”이라며 “콘텐츠 수급이라는 장애물을 넘기 위해 게임사와 이통사 간 밀접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망하는 국내 게임사

넥슨, 펄어비스 등이 클라우드 게이밍에 대응하고 중소 개발사가 클라우드 게이밍 대응 버전을 개발하고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많은 업체가 시장 개화 상황을 보면서 진입을 고민한다. 클라우드 환경에 맞는 게임을 제공하기 위한 게임사 품이 많이 든다는 게 고민의 이유다. 기존 게임을 그대로 제공하면 이용자인터페이스(UI)가 불편하다. 이를 개선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개화하지 않은 시장에 공을 들이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 한 국내 게임사는 게이머에게 최상 경험을 제공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며 이통사 요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게임사 관계자는 “태생이 다른 만큼 기획도 달라져야 한다”며 “PC MMORPG가 모바일로 옮겨오면서 수많은 UI가 바뀌고 자동사냥 등이 도입되는 등 시스템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게임이 쉽게 잊힐 가능성도 있다.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로 저렴한 가격에 많은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여러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는 건 게임사 입장에선 단점”이라며 “모바일게임도 아닌데 여러 게임을 하다 보면 게임의 깊은 맛을 못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