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금은 지역 기반 R&D 시대

주영창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
주영창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매년 증가해 올해는 24조1000억원에 달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증가한 부분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R&D 예산이다. 작년 일본 수출규제로 소부장 핵심 품목에 대한 정부 R&D 예산이 긴급 투입됐고 정부의 R&D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에 따르면 소부장 R&D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도 지난해 소부장 산업 자립화를 위한 특별 지원에 나섰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우리나라 소부장 산업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경기도 문제는 곧 우리나라 산업계 문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소부장 산업 문제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 경기도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경기도 소재부품장비 연구사업단'을 설립하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총 300억원을 투입해 '소재·부품·장비산업 자립화 연구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은 서울대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출연해 2018년에 우리나라 최초 관학협력 연구기관으로 설립한 공공 연구기관이다. 지역과 R&D가 하나 되는 세계적인 융합연구기관을 모토로 경기도의 다양한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R&D를 지향한다. 2008년에 서울대 부설연구소로 개원해 경기도 지원으로 운영되다가 본격적으로 지역수요 맞춤형 R&D 기관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2016년부터 판교에서 자율주행 실증단지 조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2018년에는 시흥 스마트시티 혁신성장 동력 프로젝트 협동연구기관으로 선정돼 지역특화 R&D 사업을 하고 있다. 수원 광교에 위치해 경기도 소부장 산업 자립화 연구지원사업, 영유아 보육·안전 실증사업, 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잭서포트 모니터링 시스템 연구 등 우리 삶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고 지역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과학기술로 제시하기 위한 R&D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중 지방정부로서 300억원이라는 통 큰 결정이 이루어진 경기도 소부장 산업 자립화 연구지원사업은 국가 R&D 사업과는 다른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현장밀착형으로 소부장 산업 자립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시도하고 있다. 과제별 전담연구원이 지정돼 R&D 수행 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사 역할을 담당한다. 연구원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할 때는 외부전문가 그룹을 활용해 문제해결을 지원한다. R&D와 실험분석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소부장 기업을 대상으로 실험실을 빌려주는 소재부품 열린실험실(Open Lab)과 기업맞춤형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 13일에는 디스플레이 미래기술을 전망하는 '경기도 소재부품장비산업 상생포럼'을 개최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동참해 회사의 기술 로드맵을 공유했다. 소부장 산업 자립화를 위해서 공급기업이 밸류체인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 메카인 경기도에서 이 같은 상생포럼으로 첫 시도를 했고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분야 대표 수요기업이 모두 참석한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지방정부 R&D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지방정부도 지역산업 육성에 있어서 과학기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지역 R&D 사업만의 차별화된 전략과 함께 지역 R&D 사업에 대해 종합적인 추진체계, 제도, 규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지방정부 투자를 촉진하고 이를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 중앙정부와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주영창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서울대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교수) ycj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