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전기차 '조에'는 크기는 작지만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소형 해치백이지만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을 갖춰 힘이 남달랐다. 가격도 2000만원 후반대에서 구매가 가능해 매력적이다.
조에는 2012년 르노가 출시한 전기차다. 올해 6월까지 21만6000대가 팔린 유럽 전기차 누적 판매 1위 모델이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도 테슬라 '모델3'를 앞섰다. 르노삼성차가 국내 판매를 시작한 건 르노 조에 3세대 모델이다.
시승차는 르노 조에 인텐스 트림이다. 시승 코스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DDP'로 약 20㎞ 구간이다. 짧은 구간이었지만 도심 주행, 오르막 주행, 내리막 주행(회생제동) 등을 체험했다.
르노 조에는 전면부가 날렵하게 생겼지만 차체가 크지 않아 귀여운 인상을 줬다. 르노 로장주 엠블럼 좌우를 C자 주간주행등이 감싼 르노 패밀리 룩이다.
작은 차체 크기였지만 1열은 운전하는 데 넉넉한 자리를 제공한다. 전동 시트가 아니라 수동으로 시트를 조작해야 했다. 빠른 조정이 가능해 수동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트 등받이 조정 레버는 시트 좌측이 아닌 우측에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주행 모드는 D-모드와 B-모드를 지원했다. 전비를 높이기 위한 에코(ECO) 모드 활성화는 센터패시아에 위치한 ECO 버튼을 누르면 활성화됐다.
우선 D-모드에서 에코 모드를 활성화한 후 DDP에서 출발했다. 에코 모드를 켜둬 가속 페달 감각이 둔해졌지만 전기차 가속력은 주행 시 답답함을 일으키지 않았다.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BSW)'은 측면 차량을 감지해 차선 변경을 도왔고, '오토홀드' 기능은 정차 시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 않아도 되도록 해줘 편리했다.
오르막길로 진입한 후 에코 모드를 비활성화했다. 앞차와 거리를 둔 후 오르막길에서의 르노 조에 퍼포먼스를 확인하고 코너링을 즐기기 위해서다. 순수 D-모드가 되자 가속페달이 묵직해지고 반응 속도가 빨라졌다.
운전대 감도는 주행모드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여전히 부드러웠다. 르노 조에는 코너링에서도 넓은 시야가 확보돼 안전한 주행이 가능했다. A필러 앞쪽 아래도 유리로 돼 있기 때문이다.
주행 가능거리는 DDP에서 254㎞로 출발했는데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 도착하자 240㎞였다. 오르막길에다가 속도까지 높인 영향인 듯 실제 주행한 거리보다 더 줄어 있었다.
다시 주행 가능거리를 늘리기 위해 북악산을 내려올 땐 B-모드로 주행모드를 변경했다. 코너 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적절한 감속이 이뤄져 브레이크를 크게 밟을 일이 없었다. 주행 가능거리도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올라갔다. 최대 247㎞까지 올라갔다. 북악산을 내려와 다시 도심에 진입하니 주행 가능거리가 다시 소폭 감소했고 DDP에 도착하니 243㎞로 나타났다.
주행 간 차량 오디오 시스템도 체험했다. 인텐스 트림에는 7개 스피커로 구성된 프리미엄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됐다. 음악은 주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요소 중 하나로 보스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정속 주행이 가능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지원하지만, 앞차와 간격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아니었기에 도심주행에서 활성화하진 못했다.
르노가 모든 트림에 적용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 오토매틱 하이빔(AHL)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강점이다. 거친 운전자는 LDW를 꺼두는 일이 많겠지만 초보 운전자에겐 사고 예방을 위한 필수 기능 중 하나로 꼽힌다.
르노삼성차는 국내 출시하는 차량에 '열선시트' '후방카메라' 등 프랑스에선 옵션으로 제공하는 일부 기능을 기본 적용했다.
아쉬운 건 통풍시트다. 센터패시아에 2개 버튼이 비어있어 기대했지만 통풍시트를 추가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 빈 버튼이 있는 건 센터패시아 부품을 다른 모델과 공유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마이 르노' 앱을 사용하면 통풍시트 부재 문제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 원격 제어 기능을 통해 탑승 전 에어컨을 미리 켜두면 된다. 이외에도 차량 충전 상태를 파악하고 최종 목적지 사이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를 확인할 수 있다.
르노 조에는 국고 보조금, 지방자치단체별 추가 보조금을 받으면 가격이 2000만원대로 떨어진다. 서울시에선 최저 2809만원, 제주시에선 최저 2759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보조금 적용 전 트림별 가격은 △젠 3995만원 △인텐스 에코 4245만원 △인텐스 4395만원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