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진입을 막는 주차차량을 견인차를 부르지 않고 1분 만에 손상 없이 이동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접었을 때는 여행용 가방 크기 정도로, 소방차에 적재해뒀다가 위급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다.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는 협회 R&BD센터와 오스코가 국토교통 R&D로 휴대용 견인장치와 견인상황정보 알림시스템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휴대용 견인장치는 견인대상 차량 하부에 밀어 넣고 제어장치를 작동시켜 차량을 들어 올리는 장치다. 전후·좌우·회전 6가지 모션으로 1분 이내에 차량을 이동시킬 수 있다. 차체가 아닌 타이어를 견인장치 위로 안착시켜서 들어올리기 때문에 차량 손상이 거의 없다.
다양한 크기의 차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전·후륜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평상시에는 두 부분을 각각 접어 소방차 내에 보관하고 위급 상황에서 두 부분을 차량 축거에 맞춰 합체한 후 사용하면 된다. 소형자동차부터 적재하중 2.5톤 이하 1톤 트럭까지 견인할 수 있다.
접으면 한 부분 당 여행용 가방 수준인 113×60×33㎝에 불과한데다 이동식 바퀴가 있어 이동과 보관이 쉽다. 견인차량을 부를 필요 없이 즉시 차량을 이동시킬 수 있다.
함께 개발한 '견인상황정보 알림시스템'은 출동로 상의 차량 소유주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즉각적인 단속까지 이뤄질 수 있게 한다. 화재 발생시 1단계로 차량 소유주에게 알려 소방차 도착 전 차량을 이동할 수 있게 해 출동로를 확보한다. 2단계로 휴대용 견인장치가 소방차 진입을 방해하는 불법주정차 차량을 제거하며, 3단계로 견인 이동된 차량의 위치와 단속 정보를 소유주에게 제공한다.
화재 발생 후 5분이 지나면 매 1분이 지날 때마다 불길 크기가 10배씩 증가한다. 화재 진압에 골든타임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한 출동지연은 여전하다.
2018~2019년 전국 화재출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불법 주·정차로 인한 출동지연이 발생한 202건 중 195건(96.5%)은 골든타임 내 도착하지 못했다.
소방법은 소방활동에 방해된 차량에 대해서는 손해를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소방관이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강제 밀어내기 식에 부담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견인차를 부르지 않고 즉각 차량을 이동시키며 차량 손상도 없는 장치를 개발했다.
연구책임자인 조용성 R&BD 센터장은 “소방차뿐만 아니라 지휘차·견인차·구난차 등에 탑재하면 동시에 여러 대를 이동 처리할 수 있어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출동로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향후 기술실시계약 등을 체결하여 장치프레임을 보다 경량화하고 이동속도를 높여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술 개발은 국토교통부 국토교통기술촉진연구사업으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지원하는 과제를 통해 수행됐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