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접속 불가능"…갈길 먼 청와대 원격근무

국민소통수석실 일부 인원만 재택
경내·창성동 별관 활용해 분산근무
"국가기밀 최고 시설…보안 최우선"
"물리적 망분리 변화 꾀해야" 지적도

청와대.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청와대.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코로나19 재확산에 대응하는 청와대의 재택·분산근무가 반쪽에 그치고 있다. 일부 행정요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청와대로 출근한다. 보안을 이유로 원격근무가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주 전인 지난달 25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발맞춰 청와대가 솔선수범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정상황실과 사회정책비서관실 중심으로 정무·민정·경제·국민소통 수석실이 야간 대응에 나섰다. 추가로 별도 공간을 마련, 분산근무를 하거나 재택근무도 추진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분산근무 및 재택근무는 사무실 밀도를 줄이기 위한 거리두기 성격도 있지만 중단없는 국정수행을 위한 비상대응의 일환“이라며 ”확진자가 나오는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비상조치이자 일종의 고육책“이라고 밝혔다.

2주가 지난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는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됐다. 그 사이 문 대통령은 확진자 접촉 가능성으로 비대면(언택트) 업무를 보고, 최재성 정무수석비서관은 미열로 인해 자가격리를 하기도 했다. 청와대 사랑채에서 근무하고 있던 한국관광공사 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그러나 청와대 재택·분산근무는 사실상 경내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재택근무는 국민소통수석실 일부 인원만 시행하고 있다. 분산근무는 청와대 경내 유휴공간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을 활용한다. 그마저도 3~4급(정부부처 국·과장급) 이상 행정관은 필수요원으로 분류돼 기존 청와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5급 이하 하위직 행정관을 대상으로만 일부 분산근무가 실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집에서 업무를 보거나 청와대 외부에서 원격근무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부서울청사, 국회의사당 등과 함께 국가 안전에 미치는 중요도가 가∼다급 가운데 최고 수준인 가급의 중요 시설이다. 업무망이 인터넷과 분리된 망분리 환경이다. 2007년 4월 국가공공기관 망분리 지침을 시작으로 업무용 컴퓨터와 인터넷 컴퓨터가 분리됐다. 보안상 내부 파일이나 문건의 외부 반출이 불가능하다. 보안 휴대용저장장치(USB)를 사용해야 한다.

정부부처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정부원격근무시스템(GVPN)을 도입, 지정된 곳에서 원격근무가 가능하다. 세종과 서울을 오가는 공무원들의 편의를 위한 시스템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 근무 솔루션이 됐다.

국회도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직원 및 의원실 보좌진의 재택 등 원격근무를 위해 의정자료유통시스템(국회망)의 외부 접속을 승인했다. 의정자료유통시스템은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등이 국정감사 등을 위한 자료를 올려놓는 곳이다.

청와대는 원격근무 시스템이 없다. 국가기밀을 다루는 만큼 보안이 최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부처와 달리 청와대는 원격근무 여건이 안 된다”면서 “청와대 외부에서 업무시스템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감염예방을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전자신문DB>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감염예방을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전자신문DB>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연결·융합과 코로나19 등의 국가비상사태 등에 대비해 망분리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청와대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내 일부 폐쇄 가능성이 없지 않은 만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국회는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본청 폐쇄 시 입법 발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코로나19 등 전염병의 주기적 창궐이 예상되고, 초연결 중심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선 현재 물리적 망분리 정책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등급별로 나누고 접근 권한을 차등하는 보안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관계자는 “재택·분산근무 취지는 원격근무를 도입한다기보다 청와대 내 코로나 감염자가 생겼을 때 '셧다운' 되지 않도록 인원을 나눠서 근무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공동취재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