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교육에 산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기겁을 한다. 교육에 상업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는 것이다. 홀론IQ는 2030년 세계 교육 산업 규모가 10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즉 해외에서는 교육 산업 규모 및 전망을 조사하고 있으며,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은 물론 중국도 교육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교육 산업이라고 하면 안 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당혹스럽다.
에듀테크는 교육 서비스를 포함하면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원 산업이다. 교육 효과와 효율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변화하는 사회에 국민들이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한 필수 산업이다. 동시에 에듀테크는 글로벌 교육 시장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에듀테크는 본질상 공교육·기업교육·직업교육 등 다양한 교육 서비스 분야는 물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콘텐츠, 클라우드 서비스, 시스템, 컨설팅, 이력관리 분야의 개발과 운영이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정부의 역할을 보면 공교육은 교육부, 직업 교육은 고용노동부, 콘텐츠 개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기술개발·산업육성·해외진출은 산업통상자원부로 각각 나뉘어 있다. 이력 관리 같은 분야는 여러 부처와 동시에 연결되기도 한다. 크게 보면 에듀테크라는 용어에 교육과 기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교육부나 과기정통부로 가야 될 것 같은데 산업 육성을 하려면 산업부로 가야 된다.
에듀테크는 모든 부처에 걸쳐 있어 광범위하게 전폭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상호 간 업무 중복 내지는 상충으로 인해 책임지고 에듀테크 산업을 이끌 정부 부처를 찾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부처 간 협력이 잘되면 성장성과 함께 잠재력 큰 글로벌 교육 시장의 강자로 갈 수 있겠지만 협력이 안 되면 탁구공 신세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총괄 정책 수립, 일관성 있는 사업 실행, 부처별 중복 사업 배제, 기업 혼란 방지를 위해 에듀테크 거버넌스 확보가 필요하다. 총괄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필요한 에듀테크 개발 및 활용 확산을 지원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설치가 필수다.
에듀테크 산업은 자동차, 반도체, 조선 산업 같은 대형 제조업과는 다르다. 소수의 우수 대기업이 선도하며, 협력 업체가 따라가는 분야가 아니다. 국가 교육 정책과 산업 발전 방향에 큰 영향을 받으며, 교육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따라 전문 세부 분야의 창의 기업이 협업하면서 성장하는 분야이다. 어떤 면에서는 강소 전문기업 육성에 최적 산업이다.
교육 혁신이라는 큰 틀 안에서 역량 있는 젊은 인재들을 양성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일자리 교육을 하며, 강소 전문기업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에듀테크 총체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지원하는 거버넌스가 확보돼야 한다.
정책이 바뀌면 교육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 좋은 정책이 양질의 교육으로 이어지면서 사회를 발전시키겠지만, 잘못된 정책은 결국 사회를 망가뜨리게 될 것이다.
이호건 청주대 교수 hogun@c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