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체온카메라)의 성능 문제를 지난 8월 초 처음으로 지적하고 코로나19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실험 결과 사진을 사람으로 인식하고 정상체온으로 판단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 인증 체계도 문제였다. 체온카메라의 안전성만 판단할 뿐 성능에 대해서는 인증 체계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문제를 개선하고 더 나은 방역 환경을 마련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체온카메라를 의료기기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월 중순 체온카메라를 의료기기(체온계)로 판단해 허가를 받지 않고 제품을 판매한 제조사 한 곳을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이 제조사에는 '무허가 의료기기 제조 판매'라는 무서운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용어부터 공포감을 준다. 실제로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1개월 넘게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용도에 따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체온카메라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요구되는 성능은 판이하다. 사진을 예로 들면 유인으로 운영되는 경우 사진 판별 기능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사진을 들이대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인으로 운영된다면 사진 판별 기능이 중요해진다.
체온계 여부 문제도 비슷하다. 체온카메라를 고온 발열자를 가려내는 단순 용도로 사용한다면 병을 진단하는 체온계 수준의 정밀함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진단용 체온계로 다시 측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체온카메라에 '의료기기'라는 분류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다시 말해 고온 발열자 스크린 용도라면 별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물론 용도에 맞는 적합한 성능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