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의학과 대학생이 개발한 '배달약국' 서비스가 합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의약품을 대리 수령하는 서비스가 현행법 위반이라며 대한약사회가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보건복지부의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고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약사회 반발이 거세지면서 복지부는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때는 됐지만 지금은 안 될 수도 있다'로 입장을 바꿨다. 결국 배달약국은 서비스 시작 며칠 만에 잠정 중단됐다. 정부의 판단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배달약국 서비스를 개발한 장지호 닥터가이드 대표는 올해 초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현지 지역에서 원격치료 가능 병원과 약국별 약 배송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코로나맵을 만들어 극찬을 받았다. 코로나맵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서비스를 확장한 것이 배달약국이다. 몸이 불편한 환자가 더 편하고 안전하게 약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앞으로 비대면 진료서비스까지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닥터가이드는 올해 구글과 중소기업벤처부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지원 대상에도 선정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서비스 출시 전 정부의 법적 검토도 마쳤다.
그러나 서비스가 시작되자 약사회의 반발이 거셌다. 배달약국 서비스는 약사로부터 가입비와 결제, 배달 수수료 등을 일절 받지 않는다. 무료 온라인 플랫폼이다. 약사회는 현행법 위반이라 주장하고 있다. 현행 약사법은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약국에서 의약품을 교부하는 과정이 '판매' 범위에 들어간다고 해석하는 셈이다. 다만 대리처방과 대리수령을 수행하는 자의 자격 같은 세부 사항은 규정돼 있지 않다. 약사회는 닥터가이드가 이를 이용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대형 약국의 독점화, 의약품 변질 가능성 등도 우려한다. 게다가 배달약국 서비스에 동참한 일부 약국에는 고발·고소로 압박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의약품의 온라인 배달까지도 합법이다. 아마존도 2년 전부터 관련 업체를 인수하며 시장에 진출했다.
배달약국도 결국 '타다 사례'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우려가 있다. 타다도 정부로부터 사업 합법성을 묵인 받았지만 결국 택시사업자의 반발과 정부 태도 변화로 좌초됐다. 정부는 혁신 창업가의 부담을 공유하고, 기존 업계의 우려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하면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 일단 '임시 허용'한다. 2~3년이 지난 후 실제 소비자들의 긍·부정 평가를 감안, 합법 인가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이는 누구도 접해 보지 않은 새로운 서비스를 섣불리 재단하기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혁신 창업가의 초기 '골든 타임' 중요성을 감안한 유연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여물지 못하고, 이해관계자 간 논의도 충분치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더 나은 길을 모색하는 것 자체를 막아선 안 된다. 청년창업가의 도전을 섣불리 뺏으면 미래가 없다. 말로만 외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환경을 하루 빨리 현실화해야 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