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동박 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다. SK넥실리스가 해외 동박 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일진머티리얼즈의 말레이시아 공장 인근을 후보지 중 하나로 검토하자 일진머티리얼즈가 반발하고 나섰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지난 8월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라왁에 28억링깃(약 8000억원) 규모 투자를 놓고 정부와 협의를 진행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왕 텐가 말레이시아 도시개발·천연자원부 부총리 등 투자 관련 중요 인사들이 참석해 지원을 약속했다.
SK넥실리스는 올해 초 SKC가 인수한 동박 제조업체다. 동박은 이차전지 내에 음극을 형성하는 집전체로 활용되는 소재다. SK그룹의 배터리 사업 육성 전략에 따라 SKC가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 확보를 위해 KCFT(구 LS엠트론 동박사업부)를 인수했다.
SK넥실리스는 새로운 주인을 맞으면서 국내 공장 증설과 함께 해외 투자를 추진했다. 그런데 SK넥실리스가 말레이시아 당국과 협의한 지역이 경쟁사 일진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공장과 맞닿은 곳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많은 투자처 중에 동종 업체 공장과 몇 십 미터 떨어진 곳에 신규공장을 짓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며 “지난 4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했는데, 경쟁사인 SK가 불과 몇 십 미터밖에 안 되는 곳에 진출한다면 주요 엔지니어와 숙련된 생산 인력 유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17년 말레이시아에 해외 첫 공장을 지었다. 온도, 습도, 전력 등 국내와 제조 환경이 다른 말레시아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안정화를 했는데 경쟁사가 인근에 공장을 세워 경험 있는 인력과 노하우를 습득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SK넥실리스는 즉각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 접근성과 함께 전기요금, 인건비 등 증설 투자 결정에 필요한 여러 조건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면서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수많은 국가의 여러 후보지 중에서 최적화된 입지를 찾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투자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인력유출 우려 등을 얘기하는 건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동박은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다. 전기차 시장 개화로 배터리와 함께 동박의 중요성이 커지고 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다. 배터리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국내 배터리 관련 업체 간에도 다툼이 빈번해지는 양상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