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산업의 미래는 소재 기술이 끌고 간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 초격차 확보의 핵심으로 소재를 꼽았다.
선 교수는 향후 배터리 시장 변화에 대응해 “우리가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경쟁업체들보다 앞선 소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이니켈 조성을 위한 양극재 원천 기술을 개발한 주인공이다.
선 교수는 “배터리 미래가 어떻게 전개되며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좋을지 끊임없이 생각했다”며 “가장 심혈을 기울인 양극재 기술이 코어쉘그래디언트(CSG)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코어쉘 양극재 기술은 중심부(코어) 니켈 함량을 높이고 바깥 부분은 니켈 비중을 낮춰 니켈과 전해액 화학 반응을 제어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수명을 강화한다. 니켈 함량 80% 이상 하이니켈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유리하다.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 중 가장 핵심 소재로 꼽힌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고성능 양극재 개발은 필수적이다. 한국 배터리 업계에서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연구가 활발하다. 니켈 소재 개발로 배터리 시장 우위를 선점하려는 의도다.
선양국 교수는 CSG 양극재 4세대 모델 개발을 완료했다. 코어쉘 고함량 니켈 표면을 저함량 니켈 제품으로 감싸는 1세대 기술부터 이를 진화시킨 2세대 CSG와 3세대 FCG(풀콘센트레이션 그래디언트), 4세대 TSFCG(투슬로프 풀콘센트레이션 그래디언트)까지 마무리됐다.
선 교수는 “CSG 기술은 전기차 배터리 기술 발전과 보급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3세대 모델까지 배터리 제조사에 적용됐다. 특히 국내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은 2세대 CSG를 사용해 NCM811(니켈 80%·코발트 10%·망간 10%) 양극재를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에 적용했다. 양사는 2023년에는 포드 전기차에 니켈 함량 90% NCM구반반(9 ½ ½)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다.
CSG 기술은 중국 기업 등 해외 기업들로부터 기술 이전 요청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의 원천 소재 기술을 벤치마킹하려는 목적이다.
선 교수는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에서도 양극재 기술 이전 문의가 왔었다”며 “그러나 해외 업체로는 기술 이전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토종 업체들에 맞서 에너지 밀도를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로 세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하이니켈 배터리로 올해 중국 CATL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선 교수는 정부의 배터리 전문 인력 양성 사업에 환영했다. 산업부는 올해부터 5년간 100억원을 투입해 배터리 소재, 배터리 설계 및 고도 분석 3개 분야 인력 양성에 나선다. 한양대는 소재 인력 양성 사업자로 참여한다.
선 교수는 “소재 개발은 창의적 상상력과 아이디어 기획력이 필요하고, 문제점을 꾸준히 개선해나가야 한다”며 “그래야만 배터리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재 인력 양성을 시작으로 배터리 전문 분석장비 등을 구축해 소재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등 해외 업체에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