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의 모든 이슈를 삼킨 듯하다. 인류 생존에 더 심각한 문제인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는 뒷전으로 잊혀 가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공기 질은 오히려 좋아졌는데 우리는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와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코로나19가 잠잠해져도 다시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세계 각국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 발전소 가동을 축소하거나 디젤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대체하는 등 각종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 왔다. 모든 에너지 형태를 대체로 깨끗하고 다루기 쉬운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추세다.
전기에너지도 만드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발생한다. 일명 '회색전기'다. 우리 신체에 혈액이 돌아야 살 수 있듯 우리 사회는 전기가 흘러야 유지할 수 있다.
전기 발전원은 다양하다. 크게 기계식 동력원에 의한 에너지(풍력, 수력, 화력, 원자력 등), 전기-화학식 메커니즘(태양광, 수소 등)으로 만드는 에너지로 나눈다. 우리나라 발전량은 대부분 기계식 동력원인 원자력과 함께 화석연료에서 나온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0년 세계 에너지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화석연료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석유·석탄 4위, 천연가스 6위) 가운데 하나다. 화석연료 사용은 필연으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도 송전 과정에서 온실 효과를 일으킨다.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구온난화 대표 매질이 '육불화황(SF6) 가스'다. 전기기기의 의도치않은 통전을 예방하고, 고장 전류 차단 시 발생하는 불꽃(아크) 제거에 사용한다.
이 가스의 절연 성능은 공기의 3배, 아크 제거 성능은 20배 이상이다. 지구온난화 계수는 무려 2만3500이다. 이는 대기 중에 1㎏을 배출하면 이산화탄소 2만3500㎏을 배출하는 것과 같은 지구온난화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는 1990년대 후반부터 친환경이면서 유사한 전기 특성을 띤 대체 가스를 찾는 연구에 나섰고, 2013년에 두 가지 가스(C5F10O, C4F7N)를 발굴했다.
그러나 SF6에 비해 성능이나 사용 조건에 제한이 많고, 몇몇 국가는 특허 기술 장벽을 쌓아 널리 확산하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특허 장벽을 넘어서고자 대체 가스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가까운 시일 안에 가시 성과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전기를 생산, 수송, 사용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을 원천 차단하기가 어렵다. 우리 신체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음식을 먹고 배설하듯 전기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먹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그러나 미래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고 맑고, 깨끗한 터전을 후세에 물려주려면 '백색전기' 기술을 찾아야 한다. '백색전기'는 더 깨끗한 연료를 사용해서 전기에너지를 얻지만 불순한 찌꺼기는 배출하지 않는 기술이다.
수소와 산소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백색전기에 가까운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개질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그레이수소를 풍력 및 태양광에서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든 그린수소로 대체할 수 있다면 백색전기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수소전기차, 수소연료전지 등 수소 기반 전기에너지에 대해 비용 대비 효용성이나 친환경 논란이 여전하지만 현재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면 이 기술을 차선책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호흡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송기동 KERI 전력기기연구본부장 kdsong@ke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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