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규제 담당하는 분들 전반적으로 플랫폼과 판매자를 똑같은 개념으로 보신다. 두 분야에 적용돼야 할 규제도 다르고 역할도 다르다. 이 부분 명확하게 이해한 다음에 규제 만들지 않으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서희석 부산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7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e커머스, 파괴적 혁신으로 진화하다' 토론회에서 정부와 국회의 플랫폼 규제 입법 추진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서 교수가 지적한 규제는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과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을 추진하는 '전자상거래법' 등을 의미한다. 각각 판매자와 플랫폼, 소비자와 플랫폼 관계와 의무를 규정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e커머스 업계는 비대면 중개플랫폼을 오프라인 판매업자와 사실상 동일하게 본다는 측면에서 해당 규제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 교수는 “지나치게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두 가지 모두 산업 전반에 굉장히 중요한 임팩트를 줄 것”이라며 “(입점업체와 플랫폼 관계)는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어 접근이 어렵다. 이 부분이 투명하지 않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소비자 보호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4일 조 위원장은 민관합동 학술 심포지엄에서 “플랫폼이 독점력을 이용해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거나 플랫폼을 통해 기만적인 정보가 퍼지는 등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 교수는 “소비자와 관계 부분은 대통령이 '소비자 손해에 대해 플랫폼이 책임져야 한다'고 한 말씀 더 보태셔서 더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며 “현재 규제 틀은 통신판매자와 통신판매자를 구분해 의무를 부여하는데, 연대배상 책임을 플랫폼이 지면 기존 규율체계가 다 무너진다. 법학자 입장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판례를 인용하며 “플래폼이 직적 책임을 지는 것과, 분쟁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분명하게 다르다”며 “특히 연대책임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규제론자들은 합리적 측면에서 이와 같은 문제를 의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법에서 쓰는 용어 역시 현 e커머스 체계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자상거래 보호법의 기본 체계는 e커머스가 태동하던 2002년 그대로이기 때문에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며 “또한 '플랫폼'이라는 게 법학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임에도, 적합한 단어가 없어 법학 생태계에서는 제대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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