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고유식별표시장치' 부착 움직임에 업계 반발

담배 '고유식별표시장치' 부착 움직임에 업계 반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담배 유통추적 시스템의 '고유식별장치' 부착에 대해 업계와 흡연자 단체가 반발에 나섰다. 장치를 부착할 경우 담배 제조 원가 부담이 늘어 담뱃값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0일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은 “액상형 전자담배 세금의 인상에 이어 식별장치 부착과 시스템 구축에 따른 담뱃값 인상까지 더해진다면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 개선을 핑계로 담뱃값 인상을 부추기는 정부의 시도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담배유통추적관리시스템'은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담배사업법 일부개정안'에 포함됐다. 해당 법안은 담배의 불법유통 근절을 명분으로 담뱃갑에 고유식별장치를 부착, 담배의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관련, 국회 예산정책처는 20대 국회 심사에서 제도 도입 시 담배 한 갑당 최대 150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추적시스템 구축에는 5년간 약 176억원이 소요돼 도입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이러브스모킹 측은 불법담배 유통 개선이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소요되는 비용이 흡연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2015년 정부의 대폭적인 담뱃세 인상 정책에 따라 대다수 서민인 흡연자들은 정부의 부족한 세수확충을 위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했다”면서 “정부가 흡연자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이 2014년 7조원에서 2019년 11조로 대폭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4조원씩 세수가 늘어났는데, 정부가 흡연자들을 위해 그 동안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묻고 싶다”며 “최근 정부가 확정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제세금의 2배 인상안이 과연 정부가 흡연자와 영세 소상공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가능했겠느냐”고 되물었다.

일각에서는 한국조폐공사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추진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본업인 화폐발행 사업이 매년 줄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신규 모델로 발굴한 해외사업이 2016년 이후 지속된 적자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고유식별장치 부착을 통해 조폐공사의 부실을 메우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담배의 불법유통 근절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전체 시장의 1%도 되지 않는 극히 일부에 국한된 문제”라며 “이를 위해 약 150억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 고유식별장치 부착을 강행하는 배경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