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텐센트 때리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퇴출 위기

트럼프, 텐센트 때리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퇴출 위기

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이어 텐센트에 대한 제재에 들어간다. 미국 기업이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거래를 못 하도록 하는 것이다. 틱톡 이슈가 일단락될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가 또 다른 공격목표인 텐센트 '위챗'을 본격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제재로 최근 2~3년간 내수 기업 한계를 넘기 위해 글로벌 게임·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던 텐센트는 발목이 잡혔다. 미국 제재로 게임 중 가장 매출 순위가 높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퇴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텐센트 리스크에 모기업 크래프톤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배그 모바일은 PC 패키지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이다. 텐센트와 공동 개발을 통해 2018년 3월 출시했다. 글로벌 배급은 텐센트가 맡는다. 중국에서 서비스된, 그리고 서비스 중인 '절지구생:자극전장' '절지구생:전군출격' '화평정영'과 형제격이다.

텐센트는 이미지 프레임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크래프톤 지분 13.2%를 보유 중이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17.4%에 이은 2대 주주다. 마샤오이 텐센트 부사장은 크래프톤 등기임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텐센트 제재를 선언함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퇴출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배그모바일은 매출 순위 5위에 올라 있다.

수정헌법 1조 때문에 인도처럼 국민에게 사용하지 말라고 직접 강제할 권한은 없지만 애플과 구글에 제거 명령은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애플과 구글이 그간 자사 규정을 위반한 앱에 대해서만 사용을 금지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미 정부가 퇴출 명령을 내리더라도 따를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앞서 바이트댄스 '틱톡'은 잡음은 있었으나 앱 퇴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인도에서처럼 운영권을 펍지가 가져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인도 정부는 국경 분쟁을 겪는 중국에서 만든 앱 100여개를 차단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도 포함됐다. 펍지는 텐센트로부터 운영권을 받아 인도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다. 인도에서 배그 모바일 매출은 전체 매출 1.2%에 불과하지만 다운로드는 22%를 차지한다. 1억7500만건이 넘는다.

인도보다 훨씬 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과 지출이용자당평균매출금액(ARPPU)이 높은 미국 시장을 순순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북미 매출은 전체 매출 중 30%가량을 차지한다.

개발을 위한 펍지 미국 지사가 있어 기반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최근 폐업했지만 크래프톤 자회사 엔메스로 북미 게임 유통 경험도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절지구생:자극전장)이 중국 판호를 받지 못하자 '화평정영'으로 업데이트하고 이용자 데이터를 그대로 받아 텐센트가 서비스를 이은 사례도 있다. 크래프톤은 화평정영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간 연관성을 부인하지만 크래프톤은 올해 상반기 모바일에서만 매출 7108억원을 거뒀다. 2019년 상반기보다 4.5배가량 늘어났다. 비중은 80.1%에 달한다. 아시아 비중도 86.8%로 훌쩍 뛰었다. 작년에는 판호문제로 배그 모바일 매출을 올릴 수 없었다. 사실상 동일한 게임으로 로열티를 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게임업계가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