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한 덩이를 사더라도 만져 보고 두드려 보고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광경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런 모습조차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다. 바쁜 현대사회에 1~2인 가구가 주를 이루며 살다 보니 직접 장을 보러 가기보다는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하는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는 물론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의 확산은 온라인 소비를 더욱 가속화했고, 우리는 의심할 여지없이 비대면 시대를 맞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들도 비대면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온라인을 통한 제품 판매 구조를 강화하고, 검색량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광고에 집중한다.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 영입에도 발 벗고 나섰다.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 확보에도 막대한 투자를 한다. 쇼핑 플랫폼 안에서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저마다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일관된 품질을 보장하고 배송 시점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공산품이나 가공식품의 경우에는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역과 생산 방식, 수확 시기 등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인 특산물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설령 효과를 어느 정도 본다 하더라도 제품 생산자인 농어업 관계자들이 시도하기에는 현실에서 너무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유통채널도 특산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한 생산자마다 품질이 다른 동일한 제품을 일일이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이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하게 된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좋은 품질의 특산물을 내놓기 위한 생산자의 노력과 투자에 대한 의지를 떨어뜨리고, 유통 플랫폼도 마진이 적은 만큼 구색 맞추기 용으로만 특산물을 취급하게 된다. 소비자 역시 직접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이상 온라인으로 구매한 특산물은 품질이 '복불복'이라는 인식을 하게 될 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생산자는 물론 판매자, 나아가 소비자에게 좋을 게 없다.
비대면 시대 우리 특산물의 입지를 위해서라도 모두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먼저 생산자는 한 번 소비되고 잊히는 것이 아니라 연속해서 소비자가 특정 특산물을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분명한 소구점을 찾아내야 한다. 특산물에도 브랜드 가치를 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예로 필자가 국내에 들여와 대중화한 초당옥수수의 경우 일반 옥수수에 비해 2~3배 비싼 가격임에도 매년 수요가 폭증, 올해의 경우 출하 3개월 만에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많은 물량이 판매됐다. '과일처럼 생으로 먹는 옥수수' '당도가 월등히 높지만 칼로리가 낮은 다이어트 식품'이라는 소구점을 꾸준히 홍보한 것이 제대로 통한 셈이다.
'동굴 속 고구마' 역시 일반 고구마와 달리 동굴에서 100일의 숙성 과정을 거쳐 출하, 높은 당도를 오랜 기간 유지해 준다는 점이 인정받았다. 그 결과 일반 고구마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됐고, 소비자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유통 플랫폼도 특산물에 대한 좀 더 체계화된 전문성을 키워야만 한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상품과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편의성에 반응하는지 등 고객의 행동 방식과 소비 경험을 데이터로 철저하게 분석해 그에 따른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이른바 '그로스 해킹' 기술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제품을 발굴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 선별한 제품의 특별한 가치가 무엇인지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홍보하는 데도 적극 힘써야 한다. 그래야만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색 맞추기에 그친 식품, 그 가운데에서도 특산물 시장이 질과 양 성장을 모두 도모할 수 있다. 비대면 시대 우리 특산물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이다.
김재훈 식탁이있는삶 대표 hoon1819@tablewith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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