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기본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핵심 요소인 개인정보를 일상에서 상시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 요청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시행된 지 10년이 다 돼 간다. 개인정보 보호와 그에 대한 국민의 인식 수준은 높아졌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 지능정보사회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해야 하고, 그 걸림돌이 되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으로 많은 논의를 거쳐 올해 데이터 3법이 개정, 시행됐다.
법 시행 후 개정 사항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열띤 논의 및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개정 데이터 3법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여전히 교차한다.
우려를 기대로 바꾸고 기대를 현실로 만드는 핵심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어떠한 역할과 책임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원회가 국민의 바람에 부응하기 위한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일까. 답은 바로 '국민'에 있다. 진정 국민을 위한 개인정보 법 집행 기관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먼저 개인정보 관련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최초 제정법에서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려 한 의도, 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해 처분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독립성과 중립성을 요구하는 한편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려는 이번 개정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따라 법을 집행해야 한다.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과 보호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안전한 활용을 통해 보호되고, 보호를 위해 안전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체 인식이 국민의 바람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다만 세세한 보호 수준은 한 가지 뜻으로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그 시대 국민의 눈높이에서 찾아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수준은 외국을 모방하거나 특정 전문가 집단 시각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보편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민이 요구하는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인식하고 충족하기 위한 과정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나 전문가 조언을 활용해야 한다. 위원회 위원 및 직원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민간 전문가와의 협업도 중요한 이유이다.
위원회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개인정보의 합리 및 합법 활용을 저해하지 않으려면, 개인정보 침해를 막으려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개인정보는 한 번 침해되면 사실상 완전한 회복이나 실효성을 담보한 구제가 쉽지 않다. 개인정보 생성부터 소멸까지 전 생애 주기에 걸쳐 민간과 공공 불문하고 예방과 사전 보호 활동이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같은 위급 상황이건 기업의 통상 활동과 같은 일상 상황이건 위원회는 단계별로 발생할 수 있는 침해 가능성을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항상 깨어 있으려면 자체 전문성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충분한 예산 및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
위원회의 첫출발은 기대한 것과 다르게 적은 인력과 예산으로 출발했지만 향후 지능정보사회에서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인력 및 예산 확충과 함께 민간과의 협력을 강화, 공동규제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모든 영역에서의 임무 수행 효과를 위해서는 위원회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반드시 민간의 협력이 뒤따라야 한다.
민·관 협력 못지않게 정부 내에서의 개인정보 리더십과 협력도 중요하다. 특히 금융이나 의료 분야와 같이 특수성을 띤 영역에서 소관 부처와의 협력과 조정은 필수다. 위상이 강화되긴 했지만 자칫 여러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와 관련해 타 부처를 이끌 수 있는 위원장단의 리더십과 함께 타 부처와의 협업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통합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향해야 할 길은 오직 하나다. 국민만 보고 가면 된다.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통한 보호로 국민의 기본 자유 및 권리와 편익을 함께 보장함으로써 국민이 중심이 되는 위원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개인정보전문가협회장 kjchoi@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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