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컬링 로봇 기술이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세계적 과학저널에 게재됐다. 기술은 컬링뿐 아니라 드론·자동항해 등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는 인공지능학과 이성환 교수와 지도 학생이었던 원동옥 박사의 연구 논문이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23일(현지시간) 게재됐다고 밝혔다.
게재 논문은 '실세계 환경에서 컬링 로봇에게 인간 수준의 성능을 가능케하는 적응형 심층 강화 학습 기술'이다. 이 기술은 로봇이 학습을 통해 새로운 빙판환경에도 인간처럼 빠르게 적응하도록 한다.
로봇이 컬링 경기를 선수 수준으로 수행해 주목받았다. 로봇은 학습된 환경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발휘하지만 실제 환경은 시뮬레이션과 달라 잘못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이성환 교수팀은 재학습 없이 실시간으로 실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AI 핵심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컬링은 경기장 온도, 습도, 정빙 정도 등에 따라 빙판이 불규칙하게 변화한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수년에 걸쳐 빙판의 상태를 파악하는 훈련을 받는다. 논문에 실린 컬링 AI는 3~4일 학습과 훈련을 통해 최적의 투구 전략을 수립하고 투구 힘·방향과 스톤 컬 회전을 제어해 숙련된 컬링 선수의 투구 수준에 근접하는 결과를 얻었다.
불확실성이 높고 정보가 제한된 빙판 환경에서 실제 발생하는 오차 정보를 학습해 적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이성환 교수는 설명했다. 향후 컬링 경기 수행뿐만 아니라 드론이나 항해 자동 제어 등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떤 환경에서도 로봇이 빠르게 적응하며 안정적인 제어 성능을 보일 수 있어 로봇의 저변을 넓힐 전망이다.
이성환 교수는 “세계 최초로 선보인 AI 컬링 로봇 '컬리'는 다양한 빙질 환경에 적응하는 AI는 물론 스톤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기 위한 로봇공학 등 최첨단 융합 기술의 결정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의 기계학습 기반 학습 방법은 단순히 안정적인 가상환경 또는 실험실 환경 수준의 문제를 풀고 검증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기계학습 기반 AI 기술이 숙련된 인간 수준으로 실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기획평가원 '인공지능대학원지원사업'과 'ICT융합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