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레스 테라퓨릭스가 지난달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SER-109'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관련 3상 결과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의구심이 있었던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업체들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SER-109'의 재발성 디피실 장염(CDI)에 대한 임상 3상에서 효능을 입증했다. 재발성 CDI 환자 182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위약 대조 연구를 진행한 결과 90명 중 80명(89%)에서 재발을 예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대변 이식술을 대체할 경구용 치료제로 기대를 모은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인체 여러 부위에 공생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일컬으며 '제2의 게놈'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 불균형은 장염증, 전신염증, 뇌염증을 일으켜 대사질환, 자가면역질환, 염증성 장질환, 뇌질환, 만성피로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전문기업 행보가 빨라지며 임상시험 단계에 진행하는 업체가 나오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FDA 승인을 받아 면역항암 치료제 GEN-001에 대해 머크·화이자 면역항암제 '아벨루맙(제품명 바벤시오)'와 병용 임상 1상/1b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업계 처음으로 식약처로부터 연구자 주도 임상 1상 시험 계획 승인을 받았다. 또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연구개발 회사인 싸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 지분을 인수해 자폐증 치료 신약 'SB-121'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SB-121은 지난해 FDA로부터 정상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했으며 자폐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으로 설계를 변경해 내년 임상 1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고바이오랩은 지난달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건선 치료제로 개발 중인 'KBLP-001'의 임상 2상 시험 계획을 FDA로부터 최종 승인받았다.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글로벌 임상 2상에 진입한 성과다.
아직 FDA 허가를 받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은 없는 상태다. 국내와 해외에서 관련 임상이 속속 이뤄지고 3상 결과도 최초로 나오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상용화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관련 인허가 가이드라인과 전문 생산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상용화 사례가 없다보니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의약품이 과연 될까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3상에서 좋은 결과를 도출한 업체도 나오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게 됐다”면서 “아직 국내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의약품 수준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없고 관련 인허가 가이드라인도 없는 만큼 중요성을 인식하고 준비를 시작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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