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이 운영하는 중소중견기업 전용 대출을 현대중공업, SK그룹 등 대기업에 3000억원 이상 내준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 갑)이 한국산업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상호출자제한집단에 해당되는 기업 25곳에 3116억원에 달하는 중소중견기업 전용상품을 대출해줬다.
기업 집단별로는 OCI그룹과 현대중공업 소속 기업에 각각 700억원을 대출해 가장 많았다. 이어 SK그룹에 611억원, 셀트리온에 45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송 의원실은 이 기업들은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기업들로 산업은행에서 운영 중인 중소중견기업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기업들은 산업은행의 '전략특별부문 신산업(운영)자금', '서비스산업(운영)자금', '사업경쟁력강화(운영)자금'과 같은 중소중견기업 전용 대출상품을 이용했다.
여기에 중소중견기업으로 자격을 인정받아 0.3%의 금리우대 혜택까지 받았다. 대출 규모와 이용 기간에 따라 이 기업들이 받은 이자감면액은 11억 1100만원에 달했다.
송 의원은 “중소중견기업에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을 대기업군의 기업이 영위한 만큼 중소기업은 혜택을 보지 못한 것”이라며 “대기업에 대한 부당한 지원이자 특혜”라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산업은행의 대출심사 과정의 부실함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25개 기업에 잘못된 대출이 이뤄진 데 대해 상품지원 요건 착오가 13건, 기업규모 분류 착오가 12건으로 밝혀졌다. 2019년 1월 대출을 받은 모 기업은 현대중공업 소속 계열사임에도 산업은행은 상품지원 요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700억원의 대출을 승인했다.
송 의원은 “해당 대출 건들이 산업은행의 허술한 대출 심사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 문제”라며 “해마다 발생하는 대출 착오를 개선하기 위한 심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