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 하반기에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하반기 실적을 기록한다.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면서 '상고하저'를 기록한 최근 수년간의 실적 트렌드를 극복했다. 연간 최대 영업이익도 가시권에 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LG전자의 올 하반기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역대 최대 하반기 영업이익은 지난 2009년에 기록한 9648억원이다. 금융정보 기관 에프앤가이드가 28일 집계한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올 하반기 영업이익은 1조2501억원이다. 2009년 하반기보다 훨씬 많다. 특히 최근 전망치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 주목된다.
LG전자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주 전 7161억원에서 28일 기준 8130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최근 보고서는 전망치가 더 상승했다. 키움증권은 9939억원, 대신증권은 9521억원을 각각 예상했다. 3분기에 1조원에 육박하는 이익이 예상되고, 4분기도 지난해보다 실적 개선이 기대돼 하반기 기록 달성이 확실시된다.
연간 최고실적 기록 경신과 사상 첫 3조원대 영업이익도 가능해 보인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역대 최고 영업이익 2조703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8527억원으로 기존 기록보다 높다. 3분기 영업이익이 최근 높아진 전망치 수준을 기록할 경우 연간 이익은 3조원을 넘는다.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말미암아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효과 높은 대응으로 올 하반기 실적이 오히려 상승했다. LG전자는 최근 수년간 '상고하저'라는 실적 흐름이 있었다. 1분기 호실적에 이어 2분기에 최고실적을 기록하고, 3분기부터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억압) 수요가 3분기로 넘어왔고, 이 수요를 잡은 것이 하반기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집콕' 트렌드로 프리미엄 가전과 대형 TV 판매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김치냉장고, 냉장고, 식기세척기, 건강관리가전 등 수요가 상승했다. 대화면으로 콘텐츠를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대형 TV 판매도 활발했다.
효과 높은 코로나19 대응도 경쟁력을 높였다. 초기에는 코로나19로 생산·공급·유통 등에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이후 생산 체계를 재편하고 공급망 관리를 강화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했다. 해외 경쟁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피해를 보면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았다. 업계 관계자는 “월풀 등 상당수 해외 가전 기업들이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생산 차질과 공급 부족 등을 겪고 있다”면서 “반면에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은 생산 최적화와 공급망 관리를 잘해서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 LG전자 연도별 영업이익 현황(단위:억원)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에프앤가이드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