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는 동북아의 작은 나라다. 주변국을 침략해서 지배해 본 적이 없다. 열강 틈에서 적절히 처신하면 지배계급의 안위를 보장받는다.
반도국이므로 규제로 조여도 국민이 쉽게 이탈하기 어렵다. 구한말 관료들의 착취에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서 추수하면 행여 곡식을 빼돌릴까 지켜보던 관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빼앗아 가서 배곯기는 마찬가지라서란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서 전통산업이 어려워지는 일은 할 이유가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영원히 가면 좋겠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 심사 지침을 내년까지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산업 및 언론의 우려가 지적되자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에서도 공정위와 유사하게 투명성·공정성 제고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플랫폼 관련 법을 제정했거나 제정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및 일본의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이 양면 시장을 특성으로 하고 있고 자사 우대, 멀티 호밍 차단, 최혜국 대우 요구 등 부당한 행위를 일삼고 있어 그에 대해 심사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규제 대상 플랫폼은 쇼핑몰에 국한돼 있다. 이는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소셜미디어, 가격비교, 검색엔진 등 수많은 플랫폼 산업의 일부에 불과하다.
또 보도자료 어디에도 플랫폼의 혁신시장 형성 기능과 토종 플랫폼이 글로벌 플랫폼으로부터 자국 시장 장악을 막아 주는 댐이자 방파제 역할을 해 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쇼핑몰에 국한한 플랫폼 규제 접근은 자칫 자국 시장 보호라는 큰 방향을 잃고 토종 플랫폼을 옥죄는 규제로 작용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심화시킬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공정위가 제시한 EU와 일본 사례 모두 '거대 플랫폼'인 미국 빅테크 회사들로부터의 자국 시장 보호가 목적이다. 부당행위 관련 규제는 아예 넣지 않거나(일본) 계약 중단 또는 약관 변경 시 설명의 의무 등 최소한의 규제(EU)를 내용으로 한다. 이는 부당행위에 관한 일반 규제 조항을 법률로 제정할 경우 '기술 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 선진국은 규제의 기술 혁신 방해 효과는 토종 플랫폼에 오히려 더 큰 역규제로 작용, 빅테크 회사들의 시장 장악을 더욱 촉진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공무원들이여, 온라인 산업에서 정부 권한을 강화·유지하기 위해 규제를 도입함으로써 자국 산업을 도태시키고 결국 글로벌 플랫폼에 산업이 장악되는 어리석음을 다시 반복하지 말라. 플랫폼 업체도 스스로 입점 업체와의 분쟁을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는 자율기구를 통한 자치 해결을 선도하고, 다른 플랫폼과의 경쟁 상황에서 오는 부담을 입점 업체에 전가하는 행위 등 부당행위로 지적되는 행위는 스스로 자제하기 바란다.
이제는 시장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어서 고지식한 규제가 불필요하게 하는 새로운 문화를 선도해 주길 바란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지재권전문변호사 dangdang@dpart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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