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을 겨냥한 고강도 규제 법안이 유통업계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법안 통과가 구체화되면서 자칫 상승세를 탄 실적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시장 주변 대형마트 입점 제한 존속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향후 5년간 전통시장 1㎞ 이내에는 대형마트 입점이 금지되며 준대규모점포의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등이 적용된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는 10여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 적용되던 의무휴업 규제를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등 대기업 유통 채널 전체로 확대하고, 1㎞인 전통상업보존구역 범위를 20㎞로 늘리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규제 면적이 최대 400배 증가하는 것으로 사실상 대규모 점포 출점이 제한된다.
해당 개정안은 현재 국회 소관위 심사 단계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여당이 중점 추진하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망원시장을 방문해 복합몰 규제 등 유통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여파와 온라인쇼핑 잠식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이마트와 롯데쇼핑 등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은 고강도 규제 법안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시작된 이후 마트 산업이 하향세에 접어든 것처럼 규제 강화가 실제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마트의 경우 스타필드 의무휴업 규제와 마트 출점 제한거리 확대 등이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주말 매출이 평일에 3배를 웃도는 스타필드의 주말 영업이 제한되면 연결대상 법인인 신세계프라퍼티 손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서도 복합몰 월 2회 의무휴업이 적용되면 연간 매출이 4851억원 감소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에만 57억원 적자를 본 신세계프라퍼티의 손실 규모가 확대될 경우 모회사인 이마트 실적 회복세에도 찬물을 끼얹게 된다.
할인점은 물론 백화점과 아웃렛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쇼핑 역시 규제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종인 백화점의 경우 주말 영업마저 제한될 경우 실적 반등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국내 백화점 전체가 동시 휴점했던 지난 2월 10일 하루 동안 1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증발했던 것에 미뤄볼 때, 월 2회 주말 영업 제한에 따른 손실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규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유통가 전체에 연간 약 10조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불황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여기에 유통 규제마저 강화될 경우 산업 전반에 회복은커녕 돌이킬 수 없는 침체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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