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최근 한층 강화된 스마트시티 정책을 추진 중이다. 행정시스템은 물론 대민 서비스까지 디지털을 입히는 작업이 한창이다. 올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디지털화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시민 삶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디지털로 이동했다. 기존 경제·산업구조, 일하는 방식은 한계에 직면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신성장동력 창출이 시급한 과제다.
서울시 디지털 정책목표는 세계 최고 전자정부 역량을 바탕으로 스마트시티의 글로벌 표준도시를 구현하는 것과 미래 스마트도시 구현을 위한 인프라 확충 및 신기술 기반 행정서비스 혁신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미래 스마트도시를 선도하는 핵심 기반 인프라(6S) 조기 구축 △AI, 빅데이터, 3D 공간정보 등 첨단기술 기반 스마트 서비스 확산 △통신기본권 보장, 디지털격차 해소 등 사람 중심 스마트도시 실현 등 세부 계획을 추진 중이다.
서울디지털재단은 이 같은 서울시 스마트시티 전략 싱크탱크 기관이다. 재단 이사장을 겸직한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에게 서울시 스마트시티 전략과 디지털재단 그리고 서울시의 역할을 들어봤다.
대담=윤대원 ICT 융합부 부장
-글로벌 스마트도시를 선도하는 서울 구현을 위한 정책 추진방향은 무엇인가.
▲스마트시티 시대는 과거와 비교도 안될 만큼 빠른 변혁의 시대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K-방역'이 글로벌 표준으로 부각되듯 서울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스마트시티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시는 향후 지속가능한 혁신 기반이 될 6가지 '스마트서울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6개 플랫폼(6S)은 초고속망과 와아파이를 통해 초연결도시 서울을 구축하는 에스넷(S-NET) 사업을 중심으로 한다. 여기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보안, 3D 지도 등 다양한 신기술 영역 포함한다.
산업화 시대는 고속도로 등 물리적 인프라가 우리경제 대동맥이 된 것처럼 스마트 시대는 혁신기술 기반의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하다. 6가지 스마트서울 플랫폼은 교통, 복지, 환경 등 분야별 대시민 서비스 혁신과 효율적 도시 관리를 가능케 하는 기반이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사회로 대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디지털 활용 교육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도시 인적 인프라이자 주인인 서울시민 모두가 '스마트시티즌'이 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비대면 사회에서 대시민 정책을 신속 전파하고 행정비용은 혁신적으로 절감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시는 자가망 에스넷을 활용한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에스넷을 대민 서비스에 적용하는 대표 사례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와이파이6을 기반으로 한 공공와이파이 사업 '까치온'을 추진 중이다. 시범사업 격으로 5개구를 선정해 구축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늦어도 가을 중 서비스 시작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사업이 시작되면 시민에게 통신기본권을 보장하는 대표 사례가 될 것이다. 예전과 달리 통신은 이제 수돗물이나 도로 같은 필수재가 됐다. 경제적 능력 등 환경에 상관없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하는 환경을 만드는 사업이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디지털 뉴딜 사업과도 일맥상통한다. 시민이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이 스마트시티, 디지털 뉴딜의 시작점이다.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부문은 이런 인프라를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과기정통부에서 서울시가 자가망을 활용해 공공와이파이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과기부는 서울시 사업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지자체 기간통신사업을 불허하는 조항과 자가망을 활용해 타인의 통신매개를 금지하는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공공와이파이는 비영리 복지 서비스로 기간통신사업 등록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또 전기통신사업법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타인의 통신매개'는 허용한다. 서울시는 이미 법적인 검토를 마쳤다는 의미다.
과기정통부와 서울시 모두 공공와이파이가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것을 전제로 한다면 중앙정부 역할은 법적해석 충돌을 해결하는데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공공와이파이를 예외조항으로 명시한다면 풀릴 문제다.
까치온은 통신사업자 영역을 침범하는 사업이 아니다. 공공와이파이 사업이 자리 잡으면 통신사 경영에 다소 영향이 갈 수도 있지만, 이미 한국의 이동통신 가입률은 130%에 육박할 정도로 포화 상태다.
통신사는 기존에 있는 시장 파이를 방어할 것이 아니라 통신을 넘어 다음 단계로 서비스를 진화해야 할 시점이다. 서울시와 통신사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공공와이파이를 두고 힘겨루기를 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디지털재단 이야기를 해보자. 2016년 재단 설립 후 4년 동안 주요 활동과 성과는 어떤 것이 있는가.
▲서울시정 혁신을 위한 디지털 싱크탱크로서, 디지털 기반 도시문제 해결과 행정 혁신에 관한 연구 51건을 수행했다.
공공자전거(따릉이) 이용현황 데이터 분석을 통해 '따릉이 재배치 및 대여소 운영방안'을 제시, 분석결과가 실제 서비스에 적용되는 등 따릉이 이용편의를 높이는데 기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공동으로 서울 도심 '심야시간대 택시 수요·공급 분석' 연구를 수행하고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방향을 제언했다.
해외 전시회 지원을 통해 서울 소재 ICT 기업의 해외 시장진출 기회를 마련하고 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 것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서울시가 지난 1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 '서울관'을 최초로 개설했는데 재단은 '서울관' 운영을 담당하고 서울 소재 22개 ICT 기업 참가를 지원했다. 전시기간 중 5만명 이상 참관객이 서울관을 방문했으며 1600만달러(약 200억원)가량 투자와 계약 협의가 진행되는 등 높은 성과를 거뒀다.
디지털 격차해소 교육과 시제품 제작소 운영을 통한 서울 시민 디지털 역량 강화 지원 분야도 재단 역할이다.
지난해 노년층 디지털 격차해소를 위해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교육하는 디지털 강사 '어디나 지원단'(34명)을 운영하고, 400여명 어르신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2016년부터 3년간 개포디지털혁신파크를 거점으로 시민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시행한 결과, 2만명 이상이 시제품 제작소 이용과 디지털 교육에 참여했다.
-최근 재단에서 진행하는 사업 가운데 가장 주목하거나 기대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최근 재단이 진행하는 사업 가운데 주목할 만한 사업으로는 시민 체감형 스마트도시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도시 서비스 혁신지원사업'을 꼽을 수 있다.
기존 하향식 스마트도시 서비스 개발 방식이 아니다. 시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시민이 스스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상향식 스마트도시 서비스와 솔루션 개발하는 사업이다.
시민 커뮤니티를 통해 과제를 발굴하고, 해당 기술을 가진 기업을 매칭해 제품·서비스를 개발한다. 시 자치구 현장 실증테스트까지 가능한 전주기적 프로세스 구축을 추진 중이다.
또 경쟁형 R&D 적용을 통해 최종 개발기업을 선정하는 등 공개경쟁을 통해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발굴하고 신생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서울 스마트시티 리그'는 동일한 과제에 복수 기업을 경쟁시킨다. 예선-본선-결선 토너먼트 평가방식을 거쳐 최종 수행기업을 선정한다. 경쟁형 R&D 주요 성과 중 하나가, 소위 말하는 제안서를 잘 쓰는 기업이 아니라 실질적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성과로는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 개인 이동수단의 충전과 보관이 가능한 스마트 보관소를 개발한 것을 들 수 있다. 강동구 지하철역, 공원 인근 등 10개소에 설치해 실증 테스트할 계획 중이다.
6월 통과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12월 10일부터 시행되면서 전동 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 활용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전동 킥보드 이용 시 운전면허가 필요 없고, 자전거 도로 이용이 가능하다.
도로교통법 개정에 발맞춰 강동구에 도입될 전동 킥보드 스마트 보관소는 충전, 보관뿐만 아니라 킥보드의 속도를 서서히 줄이는 등의 관제도 가능하다.
-스마트시티의 궁극적 목표라고 한다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스마트시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 도시발전 과정에서 나온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진보하는 방향성이 스마트시티 개념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환경, 전염병 등 각종 문제를 첨단기술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 대안이다. 도시와 인간에 부작용이 가장 적은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물리적 인프라와 그 인프라를 굴리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한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포용'을 전제로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원목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 직무대리(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는...
이원목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 직무대리(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는 2019년 7월부터 서울시 스마트시티 전략을 진두지휘 중이다. 서울시에서 도시교통실 교통기획관, 기획조정실 재정기획관으로 근무했다.
과장 시절 서울시 격무부서 중 하나인 교통정책과를 맡아 대중교통 요금인상, 조조할인제 도입, 구의역 사고 후속대책 시행, 지하철 안전강화 대책 마련,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스마트도시정책관으로 취임 후 올해 1월 서울시의 CES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뤘다. 올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와중에 서울시 공무원 재택근무를 안착하는데 기여했다. 500명 규모이던 SVPN(서울가상사설망) 용량을 1만명까지 감당하는 수준으로 대폭 늘렸다. 4월부터는 디지털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 정책관은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포틀랜드 주립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행정 전문가다.
정리=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