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 추진 상황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액상형 전자담배 성분 분석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애초 정부는 인체 유해성 연구 결과를 올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를 차일피일 미루다 예고한 시기를 3개월이나 넘겨 발표한 것이다.
발표 내용에도 새로운 것은 없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일종의 '면피'를 위해 형식뿐인 발표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질병관리청 주장의 독성이 검출된 제품은 밝히지 않아 전자담배 사용자의 불안감 및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액상형 전자담배 성분 가운데 프로필렌글리콜(PG)과 식물성 글리세린(VG)은 국내에 유통되는 112개 제품 모두에서 검출됐으며, 가향물질(맛과 향을 내는 물질) 3종(디아세틸, 아세토인, 2,3-펜탄디온)은 8개 제품에서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발생한 중증 폐질환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비타민E아세테이트'는 검출되지 않았다. 액상 성분 분석에서 3개 제품 가운데 0.03∼0.12ppm이 검출됐지만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극미한 수준이다.
또 정부가 전 제품에서 검출됐다며 문제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발표한 PG와 VG는 용매제로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주요 성분이다. VG는 윤활 및 보습제로 화장품과 비누 등, PG는 투명한 시럽상 무색 액체로 빵의 신전제 및 보습제와 쇼트닝의 신전제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디아세틸은 발효의 천연적인 부산물로 커피, 버터, 치즈, 크림 등의 향료로 사용되고 아세토인은 디아세틸의 전구물질로 버터나 발효유의 향료로 사용된다. 2,3-펜탄디온은 아세틸프로피오닐로 항을 내는 화학물질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영국 등에서 폐 질환 유발 가능 성분으로 경고해 국내 전자담배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금지하거나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특히 디아세틸과 2,3-펜탄디온이 검출됐지만 일반 궐련 담배에도 포함된 성분으로, 성분 함량은 약 20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질병관리청 발표로 액상형 전자담배의 독성 검출 수준은 매우 적거나 큰 문제가 없다고 확인 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저감화를 권고한 9가지 성분(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과 국제 암연구 기관(IARC)이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6개 항목과의 차이가 크다. 일반 궐련 담배와 비교해도 미미한 수준이다.
물론 전자담배도 인체에 좋은 것은 없다. 다만 최근 세계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위해 감축' 측면에서 볼 경우 궐련 담배에 비해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것은 여러 실험과 분석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세금 인상이나 규제로만 일관할 것이 아니다. 유해성 정도에 따라 궐련 담배와 전자담배의 차등적 규제 정책을 펼치기 바란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