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혜성, 지구에 충돌하다... '그린랜드'

[사이언스 인 미디어]혜성, 지구에 충돌하다... '그린랜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온다. 먼저 도달한 파편 일부가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각국 대도시를 강타, 세계는 혼돈에 빠진다. 지구 4분의 3을 날려버릴 초대형 혜성 추락까지 48시간이 남았다. 미증유의 재난 앞에서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인류 멸망을 피하기 위해 그린란드의 벙커로 전문 기술을 지닌 소수만을 대피 시킬 뿐이다.

영화 '그린랜드'는 초대형 혜성 충돌이 목전으로 다가온 가운데 안전 대피소로 향하는 가족의 사투를 그렸다. 지구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예측이 크게 빗나가면서 파괴적 재난 상황이 펼쳐진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파악해 공개한 잠재적 위험 소행성의 숫자는 1400여개에 이른다. 지구 문명을 끝장낼 수 있는 혜성 충돌이 영화 속 허구가 아닌 실존하는 위험이라는 의미다.

1908년 러시아 시베리아 퉁구스에 떨어진 소행성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185개가 동시에 폭발하는 수준의 파괴력을 보였다. 2013년에도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 첼랴빈스크주 상공에서 운석우가 폭발,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과 러시아 등 과학자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100년간 치명적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0.01%다. 소행성 1만개 가운데 1개 정도는 지구에 충돌할 수 있다는 말이다.

'베누'로 알려진 소행성은 2135년 9월이나 그보다 앞선 시점에 지구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베누가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2700분의1, 직경 최대 500m 크기로 충돌 위력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8만배로 추산된다.

이를 대비하는 방안 역시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아마겟돈에 등장한 핵폭탄이다.

러시아 연구진은 핵폭탄을 터뜨려 소행성을 파괴하거나 궤도를 바꾸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레이저와 슈퍼컴퓨터를 활용, 소행성을 핵무기로 폭파했을 때 발생 가능한 결과와 변수를 수차례 실험했다.

미국 연구진은 핵폭탄을 실은 우주선을 소행성으로 보내 폭발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지구 충돌 가능성이 높은 소행성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NASA는 소행성 충돌 대비를 전담하는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지구에 다가오는 물체를 비롯해 잠재적 위험 소행성 모니터링과 관련 방어 계획을 수립하는 '행성방어협력부'(PDCO·Planetary Defence Coordination Office)로 미 연방재난관리청과 소행성 충돌 관련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그린랜드에서 보여주듯 사전 방어와 예측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1세기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노르웨이 '세계종자보관소'는 현 시대 유전적 생물다양성을 보존할 목적으로 2008년 문을 열었다.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이 담긴 최후의 대피소다.

재난 영화 말미에는 언제나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난다. 혜성 충돌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재난 앞에서도 지금까지 그래왔듯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