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거지감(前車之鑑). 앞서간 수레를 거울로 삼는다. 과거의 실패를 교훈으로,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카카오톡이 출시됐을 당시 이동통신사는 단문문자메시지(SMS) 서비스를 무료로 전환하지 않았다. 1조5000억원의 수익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SMS 서비스는 카카오톡 무료 공세에 사양 산업으로 전락했고, 결국에는 사실상 무료화됐다. SMS 서비스 수입뿐만 아니라 메시징 시장에서 파생되는 수익도 빼앗긴 뼈아픈 결과다.
이통사는 SMS 서비스처럼 눈앞의 수익에 급급해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도태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게임이 언택트 시대 핵심 즐길 거리로 떠오른 시점에서 출시한 5세대(5G) 이통 기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이통사가 눈앞의 수익을 연연하지 않은 채 가능성을 보고 도전하는 대표 분야다.
100여개의 고품질 게임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이용하는 5G 클라우드 게임 이용료는 월 1만원대다.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계속 돈을 써야 하는 일명 '뽑기' 방식도 버렸다. 과금을 많이 하는 이용자만 독식하는 체계를 없애고 게임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순수하게 느끼도록 했다. 이통사가 클라우드게임 시스템 구축 비용과 5G 투자 자금만 생각했다면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다. 5G 품질을 지속 개선해서 게임 품질을 높여 나가야 한다. 게임패드를 이용하는 방식만 고수할 게 아니라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이용 환경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와 생태계 전략이다. 이통사가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것은 곤란하다. 인디게임 등 중소개발사가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에 적극 참여해서 이익을 창출하고, 이용자에게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클라우드 게임의 방대한 데이터 트래픽 유발 효과 확대를 위해 좀 더 큰 이용자 혜택을 고민해야 한다.
이통사는 롱텀에벌루션(LTE) 시절에도 클라우드 게임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원인을 통신 속도와 품질 차이에서만 찾는다면 곤란하다. 과거의 실패에서 콘텐츠와 생태계 전략 부족의 원인을 좀 더 면밀하게 살폈으면 한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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