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편입 '스포츠베팅 게임', 사행성 논란 번지나

등급분류 받고 버젓이 불법환전
머니상 접촉부터 30분 내 해결
기성 게임사 시장 진입 앞두고
이용자 보호·사행화 방지책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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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에 진입한 스포츠베팅 게임 시장에 기성 게임사의 진입이 가시화한 가운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고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조차도 게임머니를 음성 형태로 환전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스포츠베팅 게임이 게임업계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 강력한 이용자 보호와 사행화 방지 방안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스포츠베팅 게임은 스포츠 토토를 모사한 게임이다. 게임 내에서만 통용되는 인 게임 화폐(현금으로 구매)를 걸고 승패 또는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 따라 현금 환전은 불법이지만 본지 취재 결과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 26개 가운데 일부 게임에서 현금 환전이 이뤄지고 있었다.

머니상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인터넷 개인방송 등을 통해 환전을 홍보하고 있었다.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기타 실시간 채팅 서비스로 상담과 환전 방법을 알려주는 수법이었다.

실제로 사설 스포츠 도박 관련 커뮤니티에서 환전 방법을 문의하자 10분도 안 돼 환전 규모 등을 묻는 '업자'의 쪽지가 쇄도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손쉽게 머니상과 접촉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머니상마다 환전 비율은 조금씩 다르지만 환전 액수는 최소 3만원부터였다. 상한선은 없었다. 베팅게임 사이트 내 미니게임을 통해 게임머니를 전달하면 계좌로 현금을 송금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머니상 접촉부터 현금을 받기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오프라인 머니상을 찾아가 바꾸는 수고로움 없이 앉은 자리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한 업자는 11일 “영업을 오래 해서 신뢰와 신속함이 증명됐으니 먹튀(게임머니를 받고 도망가는 행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단속이나 제재 없이 하고 있으니 믿고 진행해도 된다”고 말했다.

스포츠베팅 게임 제공사는 환금 등 불법 요소를 제공하지 않으며, 머니상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자체 이용약관을 통해 게임머니를 유상으로 처분하거나 권리 객체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었다. 게임 자체만 놓고 보면 환전 시스템도 없고 등급분류까지 받은 '멀쩡한 게임'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용자 유입 등을 위해 환전 유혹을 떨쳐 내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게임머니를 구매하거나 환전한 이용자가 도박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과 게임위는 환전 행위가 도박 중독을 조장하는 만큼 불법 행위를 색출해서 검거하고 있지만 점 조직 형태로 계속 나타나 근절이 어려운 실정이다.

불법 환전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막고 사행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관련 기준을 조속히 정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불법 도박 시장을 양성화해서 게임사의 새 매출원으로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준이 미흡하다면 게임 이미지만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스포츠베팅 게임 출시를 준비하는 기성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머니만으로 승부 예측을 즐길 땐 단순 게임이지만 머니상을 찾는 순간 도박이기 때문에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콘텐츠 디자인에 고민이 많다”면서 “게임위가 정하는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따라 서비스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