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무력 충돌 방지 위해 남북간 합의사항 지켜져야”

북한 열병식 분석 위해 NSC 회의
김정은, 대남 유화 메시지에 주목...관련 동향 면밀하게 주시키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청와대는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 내용을 분석하고 “상호 무력 충돌과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남북 간 여러 합의사항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공개한 새로운 무기체계의 전략적 의미와 세부사항을 계속 분석하기로 했다. 이에 대비한 우리의 방어 능력도 점검한다. 또 서해상 우리 국민 사망사건이 조기에 규명될 수 있도록 우리 측 제안에 북측이 전향적으로 호응해 줄 것을 촉구했다.

상임위원들은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하면서 향후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관계부처가 조율된 입장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날 북한이 공개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다. 외교·통일·국방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 대통령비서실장, 국무조정실장, 국가안보실 1·2차장 등이 참석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다. 4~6연장 등 3종의 초대형 방사포와 전차포 및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한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신형 전차, 다기능 레이더와 미사일(TOR)을 탑재한 신형 지대공미사일도 선보였다.

한국군 전투복과 유사한 해·육군 군복과 신형 방독면을 착용한 생화학부대, 조준경과 소음기가 장착된 개량형 AK-47 소총, 신형 불펍(Bullpup) 소총 등 현대화된 개인전투장구(워리어플랫폼)도 공개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착용형 기기)'와 같은 장비를 상체에 달고 있는 장면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자위적 억제력'이란 표현을 써 가며 최첨단 군사 장비를 대거 선보였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길이와 직경이 굵어지고 사거리가 확장된 신형 ICBM과 '북극성-4형' 신형 SLBM,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초대형방사포 등의 전략무기를 오는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개한 셈이다. 다만 이들 전략무기는 아직 시험 발사하지 않은 것으로, 성능은 직접 과시하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이 10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이 10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남측에 대해선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며 유화적 메시지를 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비롯해 서해상 공무원 피살 사건, 북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의 입국 등으로 남북 관계의 변수가 많아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유화적 대남 메시지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일부는 “북한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코로나19 극복과 관련, 우리 국민에게 위로를 보내고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연설 내용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이를 위해 남북 간 대화 복원이 이뤄지고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코로나19를 포함해 인도·보건의료 분야에서부터 상호 협력이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서해상 우리 국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이 요청한 군 통신선 복구와 재가동, 그리고 공동조사에 북측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올 것”을 촉구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