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삼성전자의 중가 스마트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한다. 고가 프리미엄 모델 위주로 추진하던 카메라 모듈 사업을 중가 스마트폰으로 확장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A72와 A52 모델 메인 카메라 모듈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기는 공급 물량, 공급 시기 등에서 우선권을 갖는 '퍼스트 벤더'가 돼 A72와 A52 전체 물량의 약 50%를 납품할 예정이다.
갤럭시A 시리즈는 삼성 스마트폰 판매량을 견인하는 대량 생산 모델이어서 삼성전기가 확보한 물량은 상당할 전망이다.
갤럭시A는 삼성전자 중가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제품군에서 갤럭시S, 노트, 폴드가 고가 라인업이고 갤럭시A는 중가, 갤럭시M 시리즈는 저가로 분류된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갤럭시S, 노트, 폴드와 같은 고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카메라 모듈 사업을 전개했다. 고가폰에 탑재되는 카메라는 화소수가 높고 손떨림방지(OIS) 기능이 탑재되는 등 고성능으로 부가가치가 높아서다.
삼성전기가 방향을 바꾼 건 고가 스마트폰 수요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20 시리즈의 경우, 최신 기술이 대거 탑재됐지만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 최저 판매가 예상될 정도로 부진했다. 노트20 시리즈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선방 중이나 전작보다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는 아니다. 갤럭시S 시리즈는 연간 2000~3000만대, 노트는 1000만대 안팎으로 고정됐다. 정체된 수요에 따른 대응이 필요했고, 중가폰에서도 트리플이나 쿼드 카메라와 같은 고사양 카메라 채택이 늘어 사업 확장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는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내년 전망도 밝다. 부품 업계 입장에서는 전체 시장 파이가 커지는 긍정적인 상황.
하지만 그동안 삼성 중가폰에 탑재되는 카메라는 엠씨넥스, 파트론, 파워로직스, 캠시스 등 국내 중견·중소 기업이 주로 공급해 대기업 삼성전기의 가세로 판도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중견 카메라 모듈 업체 관계자는 “삼성 스마트폰 판매 증가는 긍정적 요인이나 삼성전기의 가세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부담”이라고 전했다.
삼성전기는 내년 2월부터 중가폰에 카메라 모듈을 본격 공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가 얼마나 강도 높게 사업 확장에 나설 지 주목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